과연 우근민 지사에 이어 강기권 남제주군수도 열린우리당에 입당할 것인가. 그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정치권과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강 군수는 남군민을 제외한 다른 주민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남군을 떠나 도나 다른 시군에서 공직생활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말단직원부터 고위직에 이르기까지 줄곧 남군에서만 승승장구해왔다. 그러다가 부군수 시절 강태훈 군수의 ‘유고’로 인한 보궐선거에서 군수에 당선되는 행운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모나지 않은 겸손함과 부지런한 공으로 지금도 재선가도를 흔들림없이 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일개 군수의 당적변경이 내외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끄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 그는 우지사와 정치적 운명을 같이해온 유일한 민주당 출신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남에서 불기 시작한 민주당 탈당 도미노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를 대변해주는 점도 초미의 관심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그러나 그동안 소문만 무성한 그의 민주당 탈당설은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금까지 당적변경과 관련한 정치적 소신을 피력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해서 그런 풍문이 나돌게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오로지 주어진 일에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당적변경으로 물의를 야기하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기초단체장은 정치인이라기보다 주민만 바라보고 일하는 행정가라는 생각에서이다.

사실 강 군수의 민주당 탈당설은 어느날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불거져 나왔다. 정치적 행보를 같이해온 우지사의 열린우리당 입당이 공식 발표되면서이다. 그와는 성산수고 선후배 사이인데다 여러모로 떼어놓고 생각할수 없는 특별한 관계이기 때문에 그런 억측이 나돌았는지 모른다.

따지고보면 기초단체장의 당적은 그다지 중요하지가 않다. 지방행정을 추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이라고 해서 프레미엄이 붙는 것도 아니고, 야당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아니다. 도내 4개 시군만 보더라도 그렇다. 김태환 제주시장은 민주당에서 무소속으로, 강상주 서귀포시장은 무소속에서 한나라당으로 각각 말을 바꿔 갈아탔다. 또 신철주 북군수는 초지일관 야당(한나라당)의 길을 걷고있다. 그런데도 이들 모두 대과없이 그런대로 행정을 잘 챙겨오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자치단체 일각에서는 시장·군수의 당적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것이다.

지난 2002년 4월 김태환 제주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돌연 집권여당이던 민주당을 탈당한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기초단체장은 정치인보다는 전문 행정인이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는 아직도 “기초단체장의 경우 정당없이도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마따나 기초단체장은 아무래도 광역단체장과는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주민들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기초단체장들의 정당공천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권은 짧고 행정은 길기 때문이다.

<진성범·주필>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