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전지사는 지난 총선전에 탄핵역풍으로 다 죽어가는 민주당을 돌연 탈당했다. 그리고는 압승이 예상되는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왜 그랬을까.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술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정작 우 전지사는 달랐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과 특별자치도 추진등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총선후 APEC 제주유치는 무산됐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지사직을 잃게됐다. 그렇다면 막강한 여당에 입당하고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아무 것도 없다. 도지사 자리를 내놓은 마당에 무엇을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그로서는 억울하고 분통이 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결국은 이용과 배신만 당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집권여당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엊그제는 정동영 의장과 회동을 갖기도 했다. 왜 그러는 것일까.

언론들이 내놓는 이유는 간단하다. 도지사 재선거를 통해 다시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는 분석이다. 퇴임 후에도‘상왕’노릇을 계속 하려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과연 요즘같이 국민들이 깨어있는 세상에도 ‘수렴청정’같은 일이 가능할까.

우 전지사가 낙마하던날 도지사 공관에는 측근들이 모여‘우지사 사후대책’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고 한다. “이번 재선거를 통해 우지사의 건재함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지사만을 바라보고 충성을 다해온 식솔들도 무사할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우지사와 손을 잡지 않고서는 당선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오재윤 도기획관리실장의 여당 공천설이 터져나와 제주정가는 또다시 요동을 치고있는 것이다. 그는 여태껏 출마에 전혀 관심을 보여오지 않은 우 전지사의 최측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재선거는 여당과의 밀실합의에 의한 우 전지사의 대리전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우·정 회동’직후에 생각치도 않던‘오재윤카드’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이번 도지사 재선거도 꽤나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우 전지사는 어째서 이렇게 비린내 나는 정치판을 아직도 붙들고 있는 것인가. 도정집권연장에 대한 미련 때문인가, 아니면 차세대 권력과의 줄타기 때문인가. 그러나 그가 여전히 지난 총선때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때는 현직이었기에 추종자들이 동반입당을 했지만 지금은 퇴직 후라는 것을 착각해서는 안된다.

우 전지사가 도중하차하던 날, 도내 모든 언론들은 하나같이 “3金시대처럼 ‘우-신 시대’도 막을 내렸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자연스런 세대교체를 통해 제주의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게 순리이고, 민심의 대세인 것이다.

따라서 우 전지사는 이제 초연해져야 한다. 그동안 누적된 피로와 감정을 훌훌 털고 조용히 ‘원로의 길’로 떠나야 한다. 그렇지않고 정치적 행보를 거듭한다면 공직에 집착하는 추한 모습만 남기게될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두 번 죽는 우를 범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우 전지사는 어려운 고비마다 정치적 판단과 처신을 잘해왔고, 또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마지막 그 명성마저 헛되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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