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지방개발공사 서철건 사장이 지난주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왜 그랬을까. 그의 돌발행위를 둘러싸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발표를 앞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따지고 보면 그의 사표는 우근민 지사의 퇴진과 함께 예고됐던 일이다. ‘낙하산 인사’의 대명사로 불려져왔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의 사표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지사가 바뀌면 사장도 바뀌는게 관행처럼 돼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사표설은 김태환 지사의 등장과 함께 제기돼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끝내 버텼다. 새 지사에게 신임을 물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새 지사의 환심을 사려는 노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항간에는 확인되지 않은 풍문들이 떠다녔다. 자의가 아니면 타의로 ‘정리’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발없는 소문들은 개발공사에 대한 특감이 실시되면서 천리를 달려나갔다. 명목상으로는 경영실태 파악이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임 지사의 측근들을 물갈이하려는 전초전으로 여기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특감이 시기적으로 타당치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개발공사 특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기 때문이다. 원래 개발공사는 삼다수를 위해 태어난 공기업이다. 하지만 지금은 굵직굵직한 ‘도책사업’을 도맡아 하고 있다. 2개의 감귤가공공장 운영과 광역폐기물건설, 호접란 대미수출 등 외형만 연간 4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개발공사의 규모가 비대해지면서 의혹도 커졌다. 정실인사와 과도한 인력 수급, 입찰잡음 등 방만한 경영에서 비롯된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개발공사의 경영진단을 위한 특감은 만시지탄 감이 없지 않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서 사장이 사표를 던진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다.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어째서 특감발표 직전에 그랬는지 납득키 어렵다. 그의 진퇴여부에 대한 처분은 특감결과에 맡기는게 온당하다. 그런데도 김태환 지사는 그의 사표를 즉각 반려해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털어도 크게 먼지가 나지 않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항간의 의혹들은 설로만 끝나는 것인가.

그래서 기자들이 사표제출과 반려의 배경을 김 지사에게 물었다. 그러나 김 지사는 특유의 스타일로 동문서답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감사보고도 못 받았다. 임기가 얼마 안남아 반려한 것”이라고 직답을 피했다. 서사장도 역시 말이 없다. 그는 사표를 제출한 후 휴가를 떠났다. 다시 돌아올지도 미지수라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왜 사표를 제출한 사정과 반려한 이유를 당당하게 속시원히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결코 공인다운 태도가 아니다. 그래서 항간에는 이런저런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독단적 사표가 아니면‘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것이다. 서 사장은 떳떳이 떠나는 모습을, 또 김 지사는 전임지사의 측근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윈윈전략’이라는 얘기다.

이제 제주도는 이런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감사결과도 있는 그대로 밝혀야할 것이다. 도민에게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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