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식당엘 가도, 택시를 타도 모두 똑같은 소리다. 먹고 살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추석민심도 그랬다. 그런데도 잔치판은 어김없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참으로 제주만큼 축제가 많은 곳도 드물다. 연간 줄잡아 1백개가 훨씬 넘는다. 이달에만도 수십개의 크고 작은 축제들이 펼쳐질 예정이다. 거의가 거기서 거기다.

물론 축제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나무랄 수만은 없다. 도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축제들은 각고장의 특색과 향취를 나름대로 지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실속이 없다는데 있다. 그래서 도민의 혈세만 까먹는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축제에 대한 도민의 냉소주의가 깊어지는 결정적 이유이다.

축제의 시기에도 문제가 있다. 지금 제주는 장기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뿐만아니라 온섬은 사상최악의 물난리로 슬픔에 잠겨있다. 특히 동부지역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집과 농경지를 잃어 실의에 빠져있다. 그래서 도민들은 팔을 걷어부쳐 피해복구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급기야는 언론사들까지 성금 모금에 직접 나서는 형국이다. 언제 제주지역에서 이보다 더 심한 수재가 있었던가.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축제는 더욱 만발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탐라문화제와 추사문화예술제등 여러축제들이 한꺼번에 개막됐다. 풍악과 꾕과리가 온섬을 울려보지만 정작 축제판에는 흥이 없다. 도민들의 관심도 시들하다. “축제가 밥먹여 주느냐”는 탄식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그런 탓인지 탐라문화제는 아직 한창인데 여전히 썰렁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올해도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축제들이 수재민들에게 과연 위안과 용기를 줄수 있는지 의문이다.

하긴 오래전부터 계획한 행사를 갑자기 변경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탐라문화제와 같이 많은 자금과 인력이 동원된 대규모 축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내용과 장소를 탄력성있게 조절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해서라도 수재민의 아픔을 위로하고 도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먹고 마시고 즐기는 축제마저 경직성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잔치가 아니라 틀에 박힌 전시행사에 불과하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축제는 신명나고 즐거워야 한다. 그것은 덩실 덩실 절로 나야지, 억지여서는 안된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래도 어깨춤이 나질 않는다. 경제가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에 제사가 빨리 돌아오는 것처럼 요즘은 축제가 오히려 부담스런 분위기이다.

하지만 축제의 전국적 경향은 시대의 흐름이다. 다른 지방의 축제는 전통성과 생산성, 유희성이라는 대명제 아래 도도한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제주는 질보다 양적으로 맞서고 있다. 지겹고 피곤할 정도다.

축제에도 전통과 품격이 있다. 이제는 모두가 흥분과 설레임으로 기다리는 축제를 기획해야 한다. 예산만 낭비하는 겉치레 1회성 집안축제는 과감히 통폐합해야 한다. 옛날 시골학교 운동회만도 못한 빈껍데기 축제는 차라리 버리는게 낫다.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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