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천읍 대흘1리에 있는 대흘연못.


◈조천읍 괴드르못·대흘연못(대흘1리)
◈못동산못(대흘2리)

 봄가뭄이 계속되고 있다.못 바닥이 거북 등처럼 갈라지고 그곳에 엉겨붙은 주민들의 삶도 바싹 타들어 가고 있다.

 평소 관리를 잘 했으면 요긴하게 쓰였을 못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새삼스럽지만 1%의 물을 떠올리지 않을수 없다.

 평소 우리들은 가장 흔한 자원이 물이라고 알고 있다.지구의 약 73%가 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가운데 93%가 바닷물이고 담수는 약 3%에 불과하다.더욱이 이 3%의 담수가운데 빙하와 심부 지하수를 제외하면 우리들이 실생활에 직접 이용할수 있는 물의 양은 1%도 되지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100%에 가까운 상수도 보급율이 습지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된 원인이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목마름의 원초적 본능을 채워주고 물구덕에서 해방됨으로써 마을 연못 등 습지의 소중함이 잊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괴드르못은 조천읍 대흘1리에서 가장 높은 해발 307m의 고평동에 자리잡고 있다.동부산업도로를 타고 가다 남조로 사거리에서 다시 지방도 1118호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할머니집이란 슈퍼가 있고 맞은편 숲길을 따라 200m가량 들어가면 대나무숲과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인 괴드르못을 만날 수 있다.

 조천읍 중산간 일대 양축농가들은 대개 괴드르못에서 우마용 음용수를 조달했다.

 괴드르못의 모태는 버들못이다.각각 12㎡·50㎡크기의 두 개의 못으로 된 버들못에서 흘러나온 물과 동부산업도로 인근 ‘막은뱅듸’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모여 1천㎡의 괴드르못을 형성하고 있다.

 한때 이곳에는 어른 손바닥만한 붕어와 잉어가 많아 낚시터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7∼8년전 이들 어류를 잡기위해 흙으로 된 방둑의 일부를 허무는 바람에 수자원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근래들어서는 봄가뭄과 겹쳐 버들못 일부를 제외하곤 아예 못바닥을 드러낸 상태다.거북 등처럼 큼지막하게 쩍쩍 갈라져 있는 게 마치 중문 지샛개에 있는 주상절리의 축소판 같다.

 현재 어류들은 아예 사라졌고 터줏대감을 자처하던 흰빰검둥오리들도 물이 있는 곳을 찾아 보금자리을 옮겼다.주변에 엽총탄피가 발견된 것을 감안할 때 겨울 사냥철이면 엽사들이 즐겨 찾는 곳인 듯 싶다.사람들의 무관심과 심심풀이 총질에 그들의 보금자리가 깨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환경운동제주연합 조사결과 주요 서식식물로는 낙엽덩굴인 세모래덩굴· 댕댕이덩굴을 비롯 상수리나무와 버드나무,팽나무,환삼덩굴,꾸지뽕나무,모시,왕모시풀,역귀,고마리,쥐똥나무,하늘타리,병풀,미나리아재비,사위질빵,개구리갓,찔레,양지꽃,가락지나물,까마귀머루,어리연꽃,좀어리연꽃,택사,맥문동,피막이,계요등,쑥부쟁이,개기장,억새,송이고랭이,세모고랭이,참방동사니,물달개비,골풀,피막이,인동,누리장나무 등이 서식하고 있다.

 이가운데 세모래덩굴과 댕댕이덩굴은 길이는 3m가량되면 꽃은 황백색으로 6∼8월에 핀다.뿌리는 약용으로 신경통에 사ㅇ되며 줄기는 바구니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대흘연못은 대흘1리 복지회관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못 크기는 100㎡.지금의 복지회관과 보건진료소의 부지가 대흘연못의 일부를 매립해 조성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때 이 못의 크가가 족히 700㎡은 될 듯 싶다.

 이곳에는 정수식물이며 수질정화에 효과가 큰 애기부들과 애기가래가 있다.그 틈사이로 붉게 꽃이 핀 수련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진다.

 또 주요 서식동물로는 참개구리와 물달팽이 등이 눈에 띈다.

 못동산못은 대흘2리에 있다.대흘2리는 흔히 곡월동(曲月洞)이라고 불려진다.곱은달 동네는 지형조건이 분지형이기 때문에 다른 마을에 비해 달이 떠오르는 것을 제일 늦게 보게 된다.다시말해 달이 마치 이 마을 지경에 숨어있다가 나오는 것처럼 보여 곱은(숨은)이란 표현을 써 곱은달 동네가 됐다는 것이다.

 못동산못은 인공못이다.원래 못크기는 400평가량 됐다.70년대 중반 새마을사업과 80년대 마을안길 확장공사로 인해 현재 200평 규모로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못동산못이 네군데로 구분됐다.가장 큰 곳은 우마 급수장으로 활용됐고 용천수가 솟아나는 곳에서는 식수를 조달했다.또 못 동북쪽에는 남녀목욕탕이 조성됐다.

 못동산못은 주변이 분지형이기 때문에 지형적으로 물이 집중되는 곳이다.따라서 식수해결은 물론 집중호우때는 물을 가둬 물난리를 누그러뜨린다.그 역할이 댐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주요 식물로는 수련과 모시풀,붕어마름,가래,세모고랭이,개구리밥,애기부들 등을 꼽을수 있다.특히 못동산에 체육활동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다 수령이 수백년은 됐음직한 팽나무와 버드나무 등이 어울러져 지역주민들의 쉼터이자 초등학생들의 생태체험학습장이 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대흘리 539의 1로 돼있는 못동산못 일대가 강용동씨 소유로 돼 있다는 점이다.마을지에 따르면 150년전 설촌 당시 대흘2리는 용동(龍洞)이라고 불려진데다 진주 강씨가 소유하던 연못부지를 마을에 내놓자 주민들이 이를 기념하고 영구히 변치 않도록 진주 강씨의 성(性)과 마을이름을 빌어 강용동이라는 영원한 지주를 만든데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취재=좌승훈·좌용철 기자·사진=조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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