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이 시리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래서 찬물을 못마신다고 호소를 하는데 신통한 해결책이 없어 여러 가지로 궁리를 한다. 나이들면 식성이 변한다는 말은 치아가 시린 때문이다.

젊었을땐 잇몸이 치아 주위를 방풍림처럼 둘러싸고 있어 찬 기운을 막아주었는데 한 살씩 나이를 더하면 치아는 치조골의 흡수로 치근이 노출돼 뿌리가 보이는 고목나무처럼 된다. 입안이 시리다는 말은 잇몸이라는 방풍림이 없어져 찬물을 마시면 찬 기운이 치아에 직접 전달돼 찬기운을 통증으로 느낀다.

치아가 시린 현상은 치조골 흡수로 잇몸이란 보호막이 없어진 탓이지만 원상회복이 어렵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대학에 다닐 때 강의하시던 교수님 중 치아와 치아사이에 구멍이 숭숭난 것을 보고 왜 치료를 하지 않을까 의아하게 생각한지 30년이 넘어 나 자신 거울을 보면서 치아 사이에 생긴 구멍을 나이 값이구나 인정하게 됐다.

이제 치아사이 숭숭난 구멍은 부분적으로 해결이 가능해졌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이 상황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계절 변화에 따라 의복을 다르게 입으나 치아는 시려도 옷을 바꿔 입을 수 없으니 그 대용으로 식생이 바뀌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물을 벌컥 벌컥 마신다. 물에 체한다는 말이 있듯이 물에 버들잎 띄워 호호 불며 마셨다는 옛 이야기를 참고해 실온의 물을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곳을 찾는다.

시린 치아는 찬 것을 싫어하니 피하고 따뜻한 것으로 대치하면 어느정도 적응력이 생겨난다. 치아가 시린 경우 치주인대의 탄력성도 떨어져 질긴 음식이나 강한 음식을 씹으면 치근막에 압박이 가해져 통증을 느껴 본능적으로 부드러운 음식을 찾게 되므로 음식물도 천천히 가만히 씹는 것이 치아 손상도 예방할 수 있어 좋다. 특히 병적으로 시린 것은 부분적으로 치료를 하면 된다.

오늘도 입안이 추워서 찾아온 환자, 입안에 난로를 피울 수도 없고 옷을 입힐 수도 없으니 여름에 피서하러 가듯 피한하는 방법은 없을까?

식후 숭늉을 호호 불며 마실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 식후에 구강 내 청결이 최우선이나 치과의사는 치아 주위를 청결하게 하고 병소를 찾아 치료해 주며 환자들은 식후엔 칫솔질도 따뜻한 물로 헹궈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강성현·치과의·제민일보의료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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