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탐라국 입춘굿 놀이가 오는 2월3·4일 ‘새해 새날에 탐라왕이 목우 끌고 오시다’를 주제로 제주시청 광장과 제주목관아 등에서 열린다. 입춘굿놀이는 3일 낭쉐고사를 시작으로 낭쉐몰이, 축하공연이 이어지며 전야제를 치른다. 4일에는 입춘 거리 도청제와 입춘굿이 펼쳐지고 신풀이 공연 등 각종 축하공연과 입춘탈굿놀이, 부대행사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새해 새날을 여는 입춘에 입춘굿놀이도 보고 새뜻도 세워보자.

#입춘굿 100배 즐기기 (전야제)
3일 오후 5시 제주시청 앞마당에서는 제주시내 10개동 풍물패와 참가단체 전원이 제장을 올린다. 이어 농경사회의 상징인 소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낭쉐고사가 열린다. 낭쉐고사는 입춘 전날 밤 농사풍등과 육축번성을 기원하는 고사굿. 나무로 제작한 소(낭쉐)를 금줄에 치고 풍농과 안녕을 기원한다. 제주시 농촌지도자연합회가 주관한다.

낭쉐고사가 끝나면 오후 7시까지 제주시청에서 목관아까지 낭쉐몰이를 이어간다. 일반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낭쉐를 앞세우고 탐라왕과 도황수, 제주목사, 통인, 포졸들이 횃불을 들고 행진한다. 이날 행사는 오후 7시부터 진행되는 축하공연으로 막을 내린다. 이날 축하공연에는 놀이패 한라산의 ‘영감놀이’와 민요패 소리왓의 ‘농사풀이’, 풍물굿패 신나락의 ‘상모판굿’, 노래세상 원의 노래공연 등이 열린다.


#입춘굿 100배 즐기기 (본축제)
4일 오전 10시부터 제주시 9개동 민속보존회외 풍물굿패 신나락이 참가해 거리도청제를 벌인다. 거리도청제는 옛 성문을 출입하던 과정을 재연하는 것으로 동문과 서문, 남문입구에서 제주목 관아로 들어오면서 주변 마을을 돌며 부정한 것을 막아내는 걸궁을 벌인다.

이어 11시부터는 목관아 연희각 앞마당에서 재차 전부를 원형재현하는 입춘굿이 김윤수 심방의 집전으로 칠머리당굿보존회 회원이 참여한 가운데 재현된다. 초감제와 석살림굿, 요왕맞이, 도액막고 산 받음 등이 진행되며 석살림굿이 진행될 때부터 5∼6명의 심방들이 일반인의 신청을 받아 쌀 제비점을 해준다. 또 2시부터 홍화각 앞마당에서는 이도2동민속보존회의 ‘신풍이공연’과 한라산의 ‘하늘나라 꽃밭지기’, 진주오광대 전승보존회의 탈춤공연, 삼도2동 풍물패의 걸궁재현이 2시간여동안 펼쳐진다.

이어 입춘굿놀이의 마지막 행사인 두루나눔의 입춘탈굿놀이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펼쳐진다.


#입춘굿 100배 즐기기 (부대행사)
부대행사는 4일 제주목 관아에서 마련된다. 무료로 마련되는 입춘가훈 써주기와 얼굴그리기가 눈에 띈다. 일반인의 신청을 받아 서예가 현병찬씨가 현장에서 가훈을 써주며 시사만화가 박재동씨도 얼굴 캐리커쳐를 그려준다. 또 신년운수도 무료로 봐준다.

체험마당도 풍성하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우연당 앞마당에서는 고래(맷돌)갈아서 개역만들기, 남방아(나무방아) 떡 쳐보기, 떡먹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비석치기 등 전통문화 체험마당이 마련되고 오후 1시부터 홍화각 앞마당에서는 판소리마당과 해금산조, 거문고산조 등 가족과 함께 하는 전통문화 한마당이 펼쳐진다.

이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입춘국수도 무료로 제공된다. 입춘부적, 동자석, 입춘 탈 등 살거리마당도 마련된다.


------ "한해 농사 잘되기를 기원하는 풍농굿" -------------------
입춘굿은 입춘날 제주목관아에서 목사를 비롯한 관리들과 무당들이 같이 행하던 일종의 굿놀이다. 제주 특유의 세시풍속인 신구간에 1만8000여신들이 새로 바뀌고 지상에 내려온 1만8000여 신들이 새해의 일들을 시작하게 되며, 비로소 제주섬에 새봄이 시작되는 입춘을 맞는다. 탐라국 입춘굿놀이는 목사가 심방에게 의뢰, 새로 부임한 신들을 청해 대접하고 특히 농업의 수호신 세경신을 맞이해 탐라 백성들의 한해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풍농굿이며, 제주목관아의 각 영청마다 액을 맞는 문전제였다.

탐라국 시대부터 탐라왕이 몸소 쟁기를 잡고 백성 앞에서 농사의 시범을 보였던 세시풍속으로 조선시대까지 계승됐다. 입춘굿놀이는 지난 1999년부터 제주시가 복원, 해마다 열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제주민예총이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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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쉐고사 축문>

유세차 2005년 을유년(乙酉年) 2월 초사흘
묵은철 가고 새철 드는 입춘 아싯날 유시(酉時)에
제주시청 너른 마당에서 새로 만든 낭쉐를 모셔놓고
정성으로 치성으로 제물 진설하고
하늘옥황 천제석궁 문국성문도령님과
얼굴 곱고 마음 고운 세경할마님〔農耕神〕과
세경 장남 정이 으신 정수남이 모시고
낭쉐에 금줄쳐 부정서정을 쫓고
정성으로 제물 진상하여 비나이다 비나이다
세경할마님이시여,
할마님의 은덕으로
탐라땅에 오곡풍등 육축번성 시켜주시옵고
가가호호 집집마다 넋날일 혼날일 없게 막아주시옵고
한해 농사 한해 사업 막힘없이 걸림없이
잘되게 하여주시옵소서
탐라국 시절 입춘절에 탐라국왕이 직접 나서
밭을 갈던 친경적전의 유업을 이어 받아
올금년 을유년 입춘절에 낭쉐를 만들어
탐라국을 관장하는 탐라왕이 낭쉐를 끌고
도민과 함께 시민과 함께 금년 한해 살아가자 하오니
세경할마님이시여
탐라땅에 들어오는 액을 막아 복을 주시고
탐라사람들 하는 일마다 번성하고 번창할 수 있도록
두루두루 보살펴 주시옵소서
올 금년 을유년 희망으로 다시 되살아나
신명나는 세상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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