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정무부지사의 행방이 묘연하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리송하다. 스스로 홍보를 잘 하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활동상과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이계식 정무부지사는 지난해 7월초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됐다. 뿐만아니라 전국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용됐다. 그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가 한층 컸던 것은 이런 요란한 요식절차 때문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의 화려한 경력과 능력이 더 작용했는지 모른다.

목포출신인 그는 서울대를 거쳐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후 국제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과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장, 조순 경제부총리 자문관 등을 역임했다.

이런 경력에 못지않게 그의 취임포부도 거창해 주목을 받았다. “국제자유도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수 있도록 외자유치와 조세혜택, 정부의 재정지원 등을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한 “정무부지사로서 성과가 없으면 3개월만에라도 그만 둔다는 각오로 일을 할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도민들의 기대를 더욱 부풀게 했던 것이다.

이렇게 이부지사의 위상과 역할은 출발부터 확연히 달랐다. 본인도 그렇게 다짐했듯이 임명권자인 김태환지사 역시 그를 외자유치의 총책으로 점찍었다. 김지사는 “정무부지사를 서울에 상주시켜 외자유치에만 전념토록할 방침”이라고 공언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새 이부지사는 취임 8개월을 맞고 있다. 결코 짧지않은 이 시간까지 그는 과연 무엇을 성취했는가. 외자유치를 한답시고 외국에 몇번 다녀왔다는 소식만 간간이 전해질 따름이다.

그는 인사청문회 당시 “인천과 광양, 부산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이들 지역은 엄청난 이해관계 때문에 성공할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이미 외자유치에 상당한 실적을 보이면서 저만치 앞서나가고 있다.

그러나 제주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물론 외자유치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속성을 알만한 그가 어째서 3개월안에 성과가 없으면 그만둘수도 있다고 내뱉었는지 의문이다.

법제상 정무부지사의 임무와 역할은 의회와 언론 담당이다. 그런 그를 외자유치전담으로 돌려앉힌게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직제상 하부조직과 결재권이 없는 정무부지사가 외자유치를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무부지사 본래의 역할마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무부지사는 의회와 항상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예민한 현안마다 대의회 절충과 이견조율을 통해 해법을 모색할수 있다. 그러나 아직 도의원들은 “정무부지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지사보다 얼굴보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대언론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도정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도청 기자실에도 지사만큼 잘 들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전처럼 ‘대독부지사’역할이나마 잘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는 제도적인 탓도 없지 않지만 사사건건 직접 일을 챙기는 김지사에게도 책임이 있다. 정무부지사가 참석해도 될 행사장이나, 의회와 언론에 지사가 직접 나섬으로써 정무부지사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인한 이부지사의 소외감은 타향살이 설움보다 더할지 모른다. 이제라도 역할분담을 명확히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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