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반도의 통일과 동북아 평화를 위한 제주의 평화지대 설정과 역할
한국해군은 대양해군 육성이라는 차원에서 화순항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하여 동북아 평화와 세계평화섬의 군사적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적극적인 논리를 도민들에게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 계획대로라면 통일 이후 주변국 위협에 자주적으로 한국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남방 해상교통로와 정부의 동북아 정책 및 제주 평화의 섬지정에 따른 군사적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해군의 주장대로라면 화순항 해군기지 부대가 창설되는 2014이후의 한반도는 동북아의 평화를 담보하여 아주 평화적인 곳이어야 하는데 133년의 오끼나와의 군사기지화의 상황을 여러 차례 돌아본 나에게는 오히려 전쟁의 표적을 못 벗어난 긴장된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키나와가 미국의 극동아시아 일본의 군사작전 중심이라면 2014년의 제주 화순항과 송악산 공군기지는 미국 일본 한국의 합동군사작전의 한국 중심지가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미·일이 추진하고 있는 전역미사일방어(MD:Missile Defense·) 체제에 한국의 제주도가 포함되는 것을 말하며 그것은 중국과 러시아 대륙을 겨냥하는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핵심이 될 것이다. 또한 제주화순항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과 맞물리면서 공군기지 건설을 수반하게 된다. 공군이 송악산의 농지를 원래 농민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이는 미군이 공동사용을 전제로 하게되는 공동작전이 이루어지면 미군의 제주주둔을 전제로 한다. 결국 미군은 하와이-마샬- 괌-사이판-오키나와-제주의 군사기지로 태평양을 잇는 섬들의 군사화 벨트( Military Island Belt)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제주의 화순항의 역할은 외세를 불러 들여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전장터가 되어버렸던 비극의 20세기로 다시 돌아갈 위험이 높아진다. 이미 제주는 미군정시대의 4.3을 경험했고 무수한 민간인에 대한 대학살이 이루어졌던 아픈 역사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가 동시에 건설되어진다면, 전쟁표적의 섬이 되버릴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 2주년 기념사에서 한국이 동북아의 평화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찾아나가려는 장기적 목표는 바람직하며, 그것은 평화적 역할과 평화추구의 전통을 쌓아 나가는 일을 단계적으로 추구할 때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2005년 1월의 제주 세계평화의 섬 지정은 한반도에 평화지대 (Peace Zone)를 설정하고 이를 통한 평화추구의 전통과 정책프로그램을 세워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뿐더러 남북한 공동으로 휴전전의 지뢰를 제거하고 휴전선까지도 평화지대로 확장시켜 나가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중남미의 코스타리카가 그들의 민주주의 업적, 경제적 교육적 성공, 관용적인 평화적 정치문화을 바탕으로 1987년 중남미 6개국( 과테말라, 혼두라스, 벨리제, 니카라과, 파나마, 코스타리카) 간의 중남미 평화헌장 ( The Central American Peace Code) 체결하여 중남미에서 평화국으로서의 균형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제적 인정을 받아나간 경우는 한반도의 동북아 평화를 위한 평화추구의 역할 정립에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국의 경우 주변 4개국 전부가 군사적인 대국이기 때문에 4개국중 어느국가에 치우친 군사기지의 설치는 군사적 대결의 빌미만 제공하게 되므로 삼가해야 하며, 오히려 4개국가가 합의할 수 있는 “제주도와 휴전선의 평화지대화” 등의 정책과 평화문화와 프로그램의 창출을 통해 평화국가로서의 방향을 정립해나가야 할 시점이다.<고창훈 교수 / 제주대 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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