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드나무 군락지에서 본 연화못, 봄이 무르익으면서 못 주변에 창포가 새파랗게 피어났다.


◈한림읍 연하못(귀덕1리)
◈버들못·정월이못(귀덕2리)


 사계절중 가장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는 5월이다.연초록 이파리가 햇살에 빛난다.햇살에 비친 잎새가 마치 각기 다른 빛깔로 장식해놓은 스테인그라스 같다.

 어린 나뭇잎이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들녘은 지금 생명의 기운으로 웅성거리고 있다.

 그 중심에 습지가 있다.자연이 인적을 피해 숨겨놓은 곳,제멋대로 자란 나무와 풀이 그득할수록 수많은 동·식물을 품어 키우는 곳이 바로 습지이다.

 연하못은 한림읍 귀덕1리 성로동 지경에 자리잡은 것으로서 인공못이다.옛날 조군성(趙君聲)이란 사람이 마을사람들이 멀리 해안가에 있는 곳까지 가서 용천수를 떠다먹는 현실이 안타까워 자신의 밭에 못을 판 것이라고 한다.

 이 못은 지난 65년께 팠던 ‘알대왕이’못과는 달리 비교적 수량이 많다.

 이를 반증하듯 연화못 한견에는 조씨의 뜻을 기려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당시 연화못이 이 일대 주민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을 줬는지 공덕비를 통해 가늠해본다.

 현재 이 못은 수질정화에 효과가 큰 부레옥잠과 관상어로서 붕어·잉어 등을 키우는데 활용되고 있다. 이를 위해 못 주변을 시멘트담으로 울타리를 쌓고 지붕을 철조망·망사 등으로 씌워 관리하고 있다.

 못 주변에는 배후습지가 잘 발달돼 있다.이 일대는 60년초반까지 논농사를 했다.전형적인 천수답으로서 논농사가 한창일때는 그 면적이 3000평가량 됐다.

 지금은 이 일대가 창포·송이고랭이·큰골군락을 이루고 있다.이가운데 창포는 향이 좋아 예로부터 머리를 감을 때 애용했다.봄이 무르익으면서 창포가 새파랗게 피어났다.장관이다.

 못 북쪽에는 버드나무 군락이 있다.버드나무 숲을 헤집고 들어가니 휴식을 취하던 해오라기 3∼4마리가 푸드덕하고 날아 오른다.

 이곳에는 해오라기 외에 흰뺨검둥오리(오리과)·왜가리·쇠백로( 이상 왜가리과) 등이 찾아든다.

 그러나 농약사용이 심한 까닭인지 2∼3전부터 참게(바위게과)와 미꾸리(기름종개과)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버드나무 군락을 끼고 20평가량되는 물 웅덩이가 눈에 들어왔다.이곳에는봄가뭄에도 비교적 많은 수량의 물이 고여 있다.

 버드나무는 무당벌레가 즐겨사는 나무이다.무당벌레 유충은 버드나무 잎을 먹고 자란다.성충이 되면 논과 밭에 있는 진디물을 비롯 온갖 해충을 잡아먹는다.그 때문에 논밭에 살충제를 뿌리지 않아도 해충이 없어진다.이것이 이른바 천적을 이용하는 농사법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조사결과 이 일대에서는 버드나무(버드나무과)를 비롯 여뀌·며느리배꼽·미꾸리낚시(마디풀과),자귀풀(콩과),피막이 미나리(산형과)·창포(천남성과),가막사리·빗자루국화(국화과),부레옥잠(물옥잠과),사마귀풀(닭의장풀과),골풀(골풀과),네가래(네가래과),마름·말즘(마름과),털물참새피·돌피·개기장(화본과),송이고랭이·세모고랭이(사초과) 등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귀덕2리 정월이동산 인근에 자리잡은 정월이못은 인공못인 연하못과 달리 자연못이다.꾸지뽕·보리수·멀구슬나무 등이 못 주변을 감싸고 있으며 주로 귀덕1리 신서동 주민들이 먹는 물로 썼다.

 못 크기는 30평가량되며 60여년전 주변을 돌담으로 쌓아 정리했다.마을에 공동수도가 들어온 이후에도 우마용 뿐만아니라 농업용수로도 활용됐다.

 그러나 수량이 적어 최근에는 쓰임새를 잃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가물때면 아예 바닥을 드러내며 관리가 소홀한 탓인지 농약병과 폐비닐도 눈에 띤다.

 주요 서식식물로는 여뀌(마디풀과)·꾸지뽕나무(뽕나무과)·찔레(장미과)·어리연꽃(조름나물과)·사마귀풀(닭의장풀과)·가래(가래과)·나자스말(나자스말과)·붕어마름(붕어마름과)·큰골(사초과)·버드나무(버드나무과) 등이 있다.

 귀덕1리와 경계를 이루는 곳에 자리잡은 버들못은 원래 못 크기가 50평가량 됐다.그러나 마차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감직한 길이 트럭이 교차해 지날 정도로 확장되면서 20평가량 잘려 나갔다고 한다.

 한때 못 북쪽에 자리잡았었던 버드나무도 사라졌다.이 때문에 못 이름을 통해 옛날에 버드나무가 주변에 들어서 있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

 이와함께 빌레못은 97년 군도확장과 함께 아예 모두 매립됐다.

 소중한 식수원으로 자리매김했던 못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그곳은 생태체험 학습장이자 선인들의 삶의 흔적이 밴 그리움의 공간이기도 하다.

 과연 지금은 그 옛날에 비해 물이 풍부해진 것일까?<취재=좌승훈·좌용철 기자·사진=조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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