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지구촌을 마구 흔들고 있다. 매일마다 고공행진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서부텍사스산 중질유는 설마하던 60달러선마저 훌쩍 뛰어 넘어 사상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앞이 캄캄할 지경이다
.
자치단체 ‘고유가 불감증’

그러나 제주도를 비롯한 시군은 느긋하다. 이같은 고유가 시대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것같다. 육지부 자치단체들은 ‘오일쇼크’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강건너 불보기 식이다. 장기화되는 고유가에 갈수록 둔감해지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기름값이 20달러에 육박할 때만하더라도 우리는 에너지 절약운동을 펼친다고 난리법석을 떨었었다. 거리에는 피켓과 어깨띠로 무장한 결의대회가 줄을 이었다. 한집 한등 끄기와 가로등 격등제, 차량10부제와 같은 각종 캠페인이 온섬을 떠들썩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 보다도 기름값이 세배나 더 오른 지금은 어떤가. 고유가가 우리 경제의 목을 강하게 죄고 있지만 사회 분위기는 여전히 절제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낮에도 네온사인이 돌아가는등 여기저기서 금쪽같은 에너지가 펑펑 새어나고 있다. 에너지 절약이란 말이 한낱 전설처럼 들릴 정도이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도와 시군이 고유가 불감증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행정계층구조 개편에만 목숨을 거느라 에너지 절약운동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장기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영세 서민들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유가는 하늘 높은줄 모르게 치솟아 서민들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다른 시도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민관 할것없이 모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눈물겨운 구두쇠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본도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캠페인은 고사하고 도내 일부 자치단체들은 이에 역행하는 작태를 드러내 분노를 사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그렇게 흥청망청하는지 의문이다.

옛말에도 소나기는 일단 피하는게 상책이라고 했다. 요즘 같은 장기불황속 고유가 시대는 그런 지혜로 위기를 넘겨야 한다. 그런데도 제주시는 오히려 승용차 4대를 더 구입해 여론으로부터 집중 몰매를 맞은 것이다.

범도민 절약운동 펼쳐야

관공서의 출근버스도 마찬가지이다. 버스를 이용하는 직원들이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인데도 제주시내를 한바퀴 빙빙 돌면서 아까운 휘발유만 축낸다면 아무리 너그러운 도민들이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고유가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당장이라도 범도민적인 캠페인을 전개해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해야 한다.
무릇 관이 주도하는 캠페인들은 전시적인게 많다. 하지만 에너지 절약운동과 같은 캠페인은 비교적 전시효과가 높다. 도민들도 불편을 참고 절약 운동에 적극 참여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고유가 문제가 심각해질 때마다 제기되는 절약운동은 어디까지나 단기대책에 불과하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97%에 이르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고유가 극복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바야흐로 에너지전쟁 시대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