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북군의 지휘바통을 넘겨받은 현한수 군수(권한대행)는 요즘 눈코뜰새가 없다. 받쳐주는 부군수도 없이 혼자서 그 넓은 동서지역을 횡단하느라 숨이 찰 정도다. 그래도 남들이 부러워 하는 일이기에 지칠줄도 모르는 것 같다.

자치단체장은 직업공무원의 마지막 꿈이다. 그는 69년 7월 공직에 입문한지 꼭 35년만에 마침내 그 꿈을 맛보게 됐다. 그것도 예기치 않은 것이어서 기쁨은 더욱 클 것이다. 그래서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따지고보면 그의 공직생활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민선시대 이전까지는 비교적 순탄한 편이었다. 몸에 배인 성실과 근면으로 남보다 일찍 사무관(85년)이 돼 관선말기에는 우근민지사의 비서관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하지만 민선1기 도지사선거에서 우지사가 패하는 바람에 그는 한동안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민선2기에 우지사가 재집권하면서 총무과장의 중책에 기용돼 주목을 받았다.

총무과장은 도지사 직속의 노른자위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곧바로 국장으로 승진하는 지름길로 통한다. 하지만 그는 그후에도 국장 한번 못하고 감사관과 해외연수, 공보관으로 돌아다녔다.

더욱이 지난해 7월에는 김태환 지사의 첫인사에 의해 북군 부군수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후배사무관들이 국장으로 올라간 것에 비하면 엄연한 좌천이다. 또 부군수를 거친후 도 과장이나 공보관을 역임했던 관례와도 역행한 인사였다. 그래도 그는 싫은 내색 하나 하지않고 묵묵히 소임을 다해왔다.

그런 그가 뜻밖에 군수권한을 대행케 됐으니 관변이 조용할리가 없다. 말년에 관복이 터졌다고 아우성들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무표정이다. 그가 성심껏 모시던 신철주 군수의 유고로 인해 얻은 자리여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그의 유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하는 부담 때문인가.

솔직히 말해 그의 군수직 대행에 대해서는 기대반 우려반의 시각이 교차하는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는 ‘준비하지 않은 군수’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지휘관 경험도 없다. 그동안 참모로서는 나름대로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휘관으로서의 결단력과 추진력은 여전히 미지수이다.

지금 북군에는 고인의 미완사업들이 산적해있다. 돌문화공원 조성과 어촌민속전시관 건립사업, 하귀도시개발사업 등 어느것하나 소홀히 할수 없는 현안들이다.

이러한 난제들을 알차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원들의 역량 결집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그러나 현 군수의 샌님같은 동안에서는 그럴만한 카리스마가 아직 엿보이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타계한 신 군수가 ‘최고와 1등 북제주군 건설’을 이룩한 것은 그의 빛나는 카리스마에 터잡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현 군수도 이제는 참모로서의 이미지를 씻어내고 과감한 지휘관의 일면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북군의 조직은 강한 카리스마에 익숙해있다. 또 직원들은 신 군수의 12년 집권동안 비교적 센 처방에 면역돼왔다. 따라서 현 군수의 웬만한 당근과 채찍은 통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가 위풍당당하게 변신을 꾀해야하는 이유이다.

물론 강한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세찬 찬바람이 벗기지 못하는 옷도 따뜻한 태양은 벗길수 있기 때문이다. 현 군수의 탁월한 리더십을 기대한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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