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잘 해 드린 것도 없이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환자들께 해 드렸는데 많은 환자들이 빵, 케익, 집에서 키운 농작물, 갈치, 고등어, 문화상품권, 커피, 뽕 입 차, 식당에서 정성껏 만든 쟁반국수, 간호사들에게 주는 점심 값, 자연석을 마무리한 조각품, 그 외에도 아름다운 정성을 표시하시는 분들이 많아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마운 말씀을 한번 더 드리고 싶다.

그 중에서도 오랫동안 내 가슴에 살아있는 선물이 있다. 어느 날 내 책상 위에 예쁘장하게 포장한 것이 앉아 있다. 조금 전 치료받고 간 그 아가씨가 두고 간 것 이였다. 간호사가 누구라고 이름을 알려줬는데도 급한 마음에 관심은 선물 내용이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고급 파카 볼펜이다. 다음에 오면 인사해야지 했었는데 무심코 지나쳐 버렸다. 매일 가운 주머니에 끼고 쓰면서도 성의 부족으로 그 볼펜을 다 쓸 때까지도 주신 분께 인사는커녕 이름도 모르고 지냈었다.

다 쓸 즈음에야 이 선물의 주인공이 궁금했다. 너무 오래되어 얼굴과 이름이 떠오르 않으니 미안하기 짝이 없다. 지금이라도 공개적으로 찾고 싶다.

불자의 5가지 마음인 고맙다고 말하는 감사의 마음, 미안하다고 하는 반성의 마음, 덕분이라고 하는 겸손의 마음, 제가하겠습니다 하는 봉사의 마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는 유순한 마음이다.

그 아가씨는 나에게 위의 첫 번째 항목을 내게 실천해 줬는데, 감사의 말을 전하지 못한 나는 그 아가씨에게 큰 빚을 진 것 같다 .

도종환 시인이 쓴 마음으로 하는 7가지 보시가 있는데, 약속 시간보다 미리 나가는 보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생각하는 보시, 재물이 없어도 화색을 띠는 보시,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보시, 물으면 친절히 잘 가르쳐 주는 보시, 앉은자리를 남에게 양보하는 보시, 가족이나 남에게 잠자리를 깨끗이 마련해 주는 보시다.

이렇게 물질적으로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 선행이 충분히 있는데도 내게 선물을 주신 분께 인사성 없는 치과의사로 비쳐졌다. 이제라도 나요! 하고 나타나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그 이후로 내 치과에 과자 한 봉지라도 갖고 오시는 분께 간호사나 나나 신경을 무척 쓰면서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를 드리는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아가씨는 내게 선물도 주시고 마음으로 보시하는 버릇도 가르쳐 주신 고마운 분이시다.
<안창택·치과의·제민일보의료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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