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제주특별자치도의원선거가 소선거구제로 치러질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각 정당의 공천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따라 정당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처럼 즐거운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요즘 같으면 정치를 할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당 관계자들이 자기도취에 빠져 오만을 떠는 것은 볼썽사납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밀물현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이러한 ‘공천 줄대기’를 마냥 즐기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무엇보다 도의원 공천의 중요성부터 깨달아야 한다.

내년 도의원 선가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단순히 지역일꾼을 뽑는 단독선거가 아니다. 같이 치러지는 도지사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뿐만아니라 내후년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만큼 각정당의 도의원 공천은 실로 막중하다. 종래처럼 정치적 추종자를 세력화하거나 지역구 가신그룹의 확장 기회로만 여긴다면 낭패를 면치 못할 것이다. 개혁공천을 해야 한다.

때마침 내년 지방선거후부터는 지방의원에 대해서도 유급제가 시행돼 개혁공천의 호기가 되고 있다. 지방의원 유급제의 핵심은 인적자원의 개선에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공공문제에 뜨거운 열정을 가진 전문가들을 지방의회에 진출시켜 보다 나은 생활자치를 해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들은 유급제를 인재영입의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 당장 ‘인재영입위원회’같은 기구를 만들어 새로운 정치신인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1번지로 알려진 몇몇 선거구만이라도 인지도 높은‘스타’들을 공천해 바람을 일으킨다면 선거정국을 주도할수 있을 것이다. 선거는 조직보다 바람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 관점에서 비례대표 후보도 각계의 명망가와 저명한 전문가들을 배치하여 유권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유도해야 한다. 오늘보다 내일을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이번 도의원 공천을 외연확대의 찬스로 삼아야 한다. 그러면 도지사 선거에도 상당한 파워를 갖게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도지사를 당선시킨 정당이 내후년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지방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정당들은 철저한 검증을 통해 후보들을 엄선해서 도민앞에 심판을 요청해야 한다. 정당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내년 특별자치도의회에는 유능한 전문가 그룹이 상당수 등원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전문성과 자질은 지방정치발전의 필수적 요소이다. 고도의 전문성과 실력있는 의원들이 집행부를 효율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때 비로소 지방자치는 진일보하게되는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직 제주도의원들의 입법활동은 전국에서 꼴치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국감자료에 의하면 제주도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조례안은 2건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10명중 9명은 발의조차 하지 않았다니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내년 특별자치도의회에 입성하게되는 도의원들은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특별해야 한다. 고도의 자치권을 소신껏 행사할수 있는 자질과 식견, 그리고 고결한 인품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도민들의 답답한 가슴이 탁 트이도록 화끈하고 속시원한 의정활동을 보여줘야할 것이다. 이제 도의회도 업그레이드할 때가 됐다.<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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