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마다 말썽이 돼온 공무원의 선거개입이 재현되고 있다. 이같은 노골적인 줄서기는 도지사선거를 6개월 앞두고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어서 그냥 보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지지난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홈페이지에는 제주도 일부 간부공무원들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글은 최근들어 가장 많은 2700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내용인즉 “지금 도청내부에서는 독수리 7형제가 공무원사회 분열의 주범이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며 “이들 공무원 부인들이 한나라당 입당원서를 수백장씩 접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독수리 7형제’의 실명을 모두 공개, 조사를 촉구했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우·신시대’의 망령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편가르기와 이로인한 도민사회 분열은 생각만해도 치가 떨리는 일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공무원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선거판을 기웃거리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어쩌면 ‘독수리 7형제’중에는 억울하게 포함됐거나 운 좋게 빠진 공무원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 7·27 주민투표때도 공무원들의 선거개입은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공무원들이라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대다수는 이쪽 저쪽 눈치를 보지않고 오로지 맡은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맑은 물을 온통 더럽힌다고 하지 않았던가.

대체로 공무원의 선거개입은 고속승진을 하거나 출세지향적인 직원들의 과잉충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다시말하면 대박의 꿈을 안고 일종의 도박을 거는 셈이다. 과거에도 ‘목을 걸고’ 선거를 도와준 정치공무원들이 승승장구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무에만 충실하는 선량한 동료공무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금 거론되는 정치공무원들도 얼마나 빨리 승진하며 득세하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그렇게 비굴하게 출세하는 정치공무원들은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게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의 줄서기가 근절될 것이다. 물을 더럽히는 정치공무원을 솎아내지 않고서는 공직사회가 투명하고 건강해질 수 없다.

공무원 줄서기는 선거문화를 퇴보시키고 공직사회의 분열을 초래하는 중대한 범죄이다. 뿐만아니라 논공행상과 정실인사, 파벌조성등 온갖 폐해를 낳는다. 공직사회를 파괴하는 암세포와 같은 존재이다. 그런만큼 조기에 발견해 제거해나가지 않으면 공직사회가 무너지고말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 줄서기는 교묘하고도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소문만 무성할뿐 적발이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 속성상 외부의 감시만으로 적발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나마 공무원노조등에서 자율적인 감시활동을 벌여 다행이지만, 여기에만 전적으로 기댈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선관위는 내부고발을 적극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내부고발은 철저한 신분보장이 담보될 때만이 가능하다. 섣불리 고발했다간 조직의 따돌림과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수 있기 때문이다.<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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