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제58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 제주도민과 4·3 희생자, 유가족 등에게 국가를 대표해 또다시 사과하며 억울하게 고통받은 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줘야 한다고 다짐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정부의 후속조치는 더디기만 하다.

노 대통령은 지난 3일 4·3평화공원 추념광장에서 열린 위령제에서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지난날의 역사를 하나하나 매듭지어갈 때, 그 매듭은 미래를 향해 내딛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도민들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강창일(열린우리당), 현애자(민주노동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제주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4·3특별법 개정안과 관련,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개최한 당정 협의 결과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당초 예산 문제로 수용 곤란 입장을 보여오던 4·3평화인권재단 설립과 희생자 및 유족의 범위 확대를 개정안대로 추진키로 합의한 것은 그나마 소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희생자 명예 회복의 핵심적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4·3사건 정의의 경우 오히려 지금보다 뒷걸음질하려는 의도를 보이는가 하면 국가기념일 지정도 사실상 거부됐다. 희생자와 유족의 실질직 지원을 위한 생활지원금 지급 역시 반영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대통령은 4·3에 대해 사과하고 명예회복을 다짐하는 반면 정부·여당은 형평성을 운운하며 딴소리를 하는 형국이다.

4·3에 대한 정부·여당의 인식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는 또 개정안이 어느 정도 개악될지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반 세기를 훨씬 넘은 도민들의 한을 풀어주는데 정부·여당이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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