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10· 11월 강창일 열린우리당 의원과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4·3특별법 개정안은 매년 4월 3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4·3사건 희생자 및 유족들에게 ‘5·18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준한 특례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해말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도민들은 지난 4월 3일 노무현 대통령이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58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 제주도민과 4·3 희생자, 유가족 등에게 국가를 대표해 다시 한 번 사과한 데 이어 희생자 등의 명예 회복을 약속함에 따라 개정안 통과에 큰 희망을 가졌다.

특히 5·31 지방선거를 앞둬 제주를 방문한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까지 4·3평화공원을 찾아 분향하며 4·3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긍정적 입장을 보여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최근 여·야가 오는 19일부터 30일까지 6월 임시국회를 열되 4·3특별법 개정안은 9월 정기국회로 넘겨 처리키로 합의한 것은 제주도민들을 얕보는 처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9월 정기국회에서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가 집중적으로 실시되는 점을 고려하면 9월 처리마저 불투명한데다 12월 임시회 역시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 연말 대선을 앞둔 내년으로 넘어가더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창일 의원과 현애자 의원은 4·3특별법 개정안 발의에 만족하는데 그치지 않고 원안대로 최종 처리되는 데까지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 또한 도민과의 약속을 지켜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감을 씻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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