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석 외 지음 「인문학의 창으로 본 과학」

“깊은 산속의 천문대에서 세상의 시비와 담을 쌓고 별을 보는 일에만 전념하는 천문학자. 그리스 시대이던가? 별만 보면 걸어가다가 웅덩이에 빠지자 바로 눈앞의 일도 모르면서 하늘의 일을 논한다고 비웃음을 당했다는 어느 철학자. 신화학자도 천문학자와 비슷하지 않을까? 현실과 까마득하게 동떨어진 일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그런 이유에선지 좀 별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99쪽)

우주론과 창조신화를 이야기하는 신화학자 정재서는 천문학자 박창범과 나눈 대담기를 통해 우주론은 과학자들이 쓰는 창조신화라고 일갈한다.  한겨레출판에서 펴낸「인문학의 창으로 본 과학」은 정재서와 같은 인문학자 열 명이 국내 과학자 열 명을 만나 나눈 인문학과 과학에 대한 유쾌하고 유익한 대담기이다.

그들의 만남은 때로 즐겁고 진지하며 때때로 유쾌하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 그리고 인문학과 과학이 뒤섞이는 색다른 상상력이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이 책은 “과학은 인문학을 얼마나 풍부하게 하는가?”“인문학은 과학이 걸어온 길과 가야할 길에 얼마나 중요한 길잡이인가?”등등의 질문과 함께 과학에 대한 쉬운 이해와 인문학과의 접합 지점을 찾아보려고 한다.

뇌과학, 나노과학, 반도체공학, 입자물리학, 우주론, 우주 개발, 로봇공학, 진화 이론, 유전자 연구, 수학의 10가지 주제를 철학자, 역사학자, 신화학자, 소설가 등 10명의 인문학자들이 말해준다. 뇌와 몸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철학자 김용석과 뇌과학자 신희섭, 미시사와 나노과학을 이야기하는 역사학자 김기봉과 나노화학자 유룡, 반도체공학과 동양철학을 이야기하는 철학자 성태용과 반도체공학자 유인경, 입자물리학을 이야기하는 철학자 이거룡과 입자물리학자 손동철, 우주 개발에 관한 딴지일보 대표 김어준과 위성사업단 단장 이주진.

로봇과 인간, 몸, 철학에 관한 철학자 조광제와 로봇공학자 양현승의 이야기, 진화 이론에 관한 소설가 공지영과 동물행동학자 최재천의 이야기, 유전자 권력 시대에 대한 철학자 이진경과 생명과학자 황우석의 이야기, 미술과 수학에 관란 문화재청장 유홍준과 수학자 계영희의 이야기까지.

인문학자들은 그들이 바라보는 시점으로 과학 연구의 시작부터 미래의 전망까지 과학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더불어 과학과 인문학은 세상을 어떻게 다르게, 어떻게 비슷하게 바라보는가. 그들의 사유는 얼마나 다른가, 또는 같은가. 과학자가 새로운 발견이나 발명에 이르는 과정은 인물학자들이 새로운 통찰에 이르는 과정과 얼마나 다르고 또한 같은가. 생명 복제와 나노과학의 실험실 문화는 어떻게 다르고 또 같은가. 우주론 연구자의 추론과 생명과학자의 실험은 과학지식의 생산에 어떻게 이바지하는가 등등의 질문을 통해 과학을 되짚어볼 수 있게 해준다.  가격·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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