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개원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동네북이 됐다. 폐회될 때까지 내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도의원들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아직도 그것을 모른다면 사람도 아니다. 한마디로 중앙 정치꾼을 뺨치는 추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백번 욕 들어도 싸다.

도의회가 부활된지도 어느덧 16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감투싸움-폭행-반쪽투표-파행운영-이권개입 등 온갖 꼴불견이 거듭되고 있다. 듣기만 해도 구역질나는 구태들이다.

이번 특별자치도의회도 마찬가지이다. ‘특별의원’이라해서 혹시나 하고 기대했는데 역시나다. 뽑아만 주면 발이 닳도록 일하겠다던 초심은 다 어디로 갔는가.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벌써 식어버린 것같다.
어디 그뿐인가. 그들의 행동거지는 하늘 높은 줄도, 또 도민 무서운 줄도 모른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기고만장 해질수 있는가. 이는 주민들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온통 흐리게 하는 법이다.

특별자치도의회는 타 시도의회와는 차별화된 막강한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았다. ‘제왕적 도지사’를 견제하고 감시해야할 책무가 주어진 것이다. 여기에다 특별자치도의 헌법이나 다름없는 조례 제정권도 갖고 있다. 이래저래 한눈팔 겨를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도의원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가장 먼저 ‘위원장 쟁탈전’을 벌여 비난을 자초했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완의 교육위원회 위원장까지 가로채는 등 과욕과 횡포를 부려 도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런가하면 도의원들의 독방타령은 더욱 가관이다. 매일 출근도 하지 않는 그들이 독방만 꿰차 앉아서 뭘 하겠다는 것인가. 마치 공부 못하는 사람이 붓타령 하는 격이다.

특히 사무실 배치를 둘러싼 제3라운드 게임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집행부의 예산 낭비를 감시해야 할 도의회가 되레 도민혈세를 흥청망청 낭비하고 있어 볼썽사납다.

이렇게 ‘의원실’ 하나 때문에 사무실을 뜯었다 고쳤다 하면서 꼭 예산을 허비해야 되는가.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다. 과연 이런 도의원들에게 고래심줄 같은 도민혈세를 매달마다 꼬박꼬박 지급해야 되는가. 

이렇게 그들이 서둘러 타락한데는 이유가 있다. 벌써부터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졌기 때문이다. 도민들이 안중에 있다면 이렇게 막 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선거때는 표밖에 보이지 않다가 이제는 돈밖에 보이는게 없는 것인가.

지난해 도민들은 사상 첫 주민투표를 통해 혁신안을 채택했다. 말이 좋아 혁신이지, 엄밀히 따지자면 자치권 박탈이다. 우리의 소중한 기초단체 자치권이 누구 때문에 잃게 됐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여기에는 지방의원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 개회만 하면 싸움질이나 하고, ‘떡반타령’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주민을 위한 의회로서 제구실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민들이 얼마나 분통이 터졌으면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제기했겠는가.

이제 도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의 아마추어가 아니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프로다. 따라서 그에 걸맞는 자질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항상 초심을 잃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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