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시행 5년째를 맞고 있는 제학년제학력갖추기평가시험을 놓고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교육정책 수립에 필요한 자료 제공과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문제풀이식 수업, 학교간 서열경쟁 등 부정적인 측면이 대립하고 있다. 최근 교육당국과 전교조간 논의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필요합니다>  “폐지보다 개선 논의” <박종일 / 제주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사>

   
 
   
 
제학년제학력갖추기평가가 올해로 시행 5년을 맞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학습 동기를, 학교에는 교수·학습 개선 자료를, 교육 당국에는 교육 정책 수립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한편 ‘문제풀이식 수업, 사교육비 부담, 평가의 효용성 저하, 학교간 서열 경쟁’ 등 부작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온 것도 사실이다.

제학력평가는 성취도 측정을 위한 절대평가다. 문제풀이식 수업, 학원 수강, 학교간 평균 비교 심리 등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이는 모두가 제학력평가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우리 교육공동체가 끊임없이 설득하고 노력해야 할 과제다.

평가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부작용들을 문제삼아 평가 자체를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다면 우선은 어떻게 그 부작용을 줄여나갈 것인가 하는데 우리 교육공동체의 마음과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교육 당국도 그동안 제기된 숱한 문제 제기들에 값할 만큼 평가 전반에 걸쳐 얼마나 현장의 소리에 귀기울여 왔고, 학교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인적·물적 지원 방안을 강구해 왔는가 성찰이 필요하다.

평가는 목표·내용·방법과 더불어 교육과정 4대 요소의 하나다. 교육의 질을 관리할 때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일은 지극히 필요하다.

교육 당국도 학교·지역간 서열화, 과열 경쟁과 사교육 조장 등 제학력평가와 관련된 우려들을 불식하기 위하여 교육공동체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애초부터 이 합의와 공유 과정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폐지론에 늘 맞부딪혀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폐지론자들은 그 대안으로 전집평가가 아닌 표집평가를 실시하자고 한다. 그러나 표집학교로 선정된 학교는 표집학교로 선정된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서로의 주장에서 한발짝 물러나 지금은 개선을 논의할 때다. 평가의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고, 그 평가 결과를 어떻게 교육적이고도 유의미하게 학교 현장에 피드백시킬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부작용을 줄여 나가면서 우리 도내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도모할 것인가를 교육공동체 모두가 마음을 열고 고민해 보자. 그래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때 그때 폐지를 이야기하자. 그게 순서다.

 

<중단해야 합니다> “암기력 위주의 평가 다양한 교육활동 저해”  <현경윤 / 삼양초등학교 교사>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도만 같은 날, 같은 문제지를 가지고, 같은 시간에 도교육청 주관아래 초등학교 3학년부터 연 2회 시험을 치른다. 지난 2002년 도입 당시 토론이나 공유의 과정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추진됐다. 교육감은 바뀌었으나 어떠한 검토과정도 없이 그냥 지속되고 있다.

교육청 표현대로 시험지를 통한 지필평가도 교육부 지침에 따른 평가의 한 방법이다. 하지만 시행 5년째인 제학력평가는 모든 것에 우선하는, 가장 중요한, 대입 수능 모의고사 같은 것에 견줄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7차교육과정 해설서에는 「교과의 평가는 선다형 일변도의 지필 검사를 지양하고, 서술형 주관식 평가와 표현 및 태도의 관찰 평가가 조화롭게 이뤄지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이를 원칙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교육부 지침대로라면 평가 방향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객관식·단답형 위주로 평가지가 제작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교육청에서 얘기하는 학력은 암기력이고, 전집형 평가는 문제유형 적응력과 암기력 테스트에 가깝다. 창의성이나 태도, 종합적 사고력을 강조한 형태의 평가를 생각한다면 전집형 일제고사 형태의 평가는 상상하기 어렵다.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교육과정 재구성과 관련된 연구와 적용 활동이 꽤 활발하다. 그러나 제주도는 제학력평가 실시에 따라 교과서를 떠난 교육활동은 절대 안되며 단원 재구성조차 생각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진도를 시험 범위에 맞춰야 하며 교과서 내용 하나라도 빠트리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뤄지는 것을 꿈이나 꿀 수 있겠는가.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 문제풀이식 교육에 내몰리고 있다. 제학력 평가 시기가 되면 학교 인쇄실의 인쇄기는 문제지 복사를 위해 쉼 없이 돌아간다. 가정에서는 ‘혹시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하는 부모들의 불안 심리에 학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밤 10시까지 수강하는 곳도 있으며 새벽반을 운영하는 학원도 확인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청은 아예 모르고 있거나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

아이들, 학부모, 교사 모두 불행하게 만드는 전집형 일제고사인 제학년제학력갖추기 평가는 중단돼야 한다. 정책 방향 수립을 위해 학력 수준을 알아보려 한다면 표집 평가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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