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號가 출항한지 벌써 한달이 지났다. 하지만 승선한 도민들은 멀미나고 피곤하다. 여전히 엔진소리만 요란한 채 정처없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김지사도 6개월만 기다려달라고 통사정을 하겠는가.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6개월 아니라 6년을 기다려도 세월만 까먹게 될 것이다. 정책개발은 제쳐두고 ‘여론관리’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어디 제주도가 걸어온 지난 한달을 뒤돌아 보라.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도민들의 환심을 노린 ‘이벤트 행정’에만 여념이 없다. 조직안정과 예산확보, 외자유치 등 산적한 현안은 뒷전이다.

물론 한달만에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방향설정이나 발전전략 같은  밑그림은 가시화돼야 한다. 그런데도 도는 전시적인 겉치레 행사에만 몰두해 도민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만 하더라도 제주도는 확대간부회의를 서귀포시에서 열었다. 이에따라 도 실국장과 과·계장, 사업소장 등 200여명이 대이동을 했다. 그런다고 산남경기가 살아날 것인가. 아무리 산남 균형발전이 명분이라지만 다분히 ‘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어디 이뿐인가. 지난달 27일에는 컨벤션센터에서 사업장 종사자 등을 모아놓고 ‘도민통합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지사는 기조연설을 하는 등 거의 혼자서 마이크를 잡았다. 바로 1주일전에도 이와 비슷한 토론회를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열었는데 이를 재탕 삼탕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것도 모자라 도는 ‘도민통합을 위한 결의대회’를 자생단체별로 개최하도록 행정시를 독려하고 있다. 결의문 예시안까지 내려보내 늦어도 이달말까지 그 결과를 보고토록 했다. 그야말로 전시행정의 극치이다.

그런가하면 지난달 처음으로 열린 행정시장 회의도 마찬가지이다. 도지사와 시장, 실국장 등 제주도를 움직이는 실세들이 한데 모인 첫 회의여서 기대를 모았는데 결과는 엉뚱했다. 비전 제시와 주요현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고 극히 일상적 업무하달로 시간을 허비했다.
이를테면 전화 친절히 받기라든가, 불법 광고물 정비, 청결운동 등이 주요 의제가 됐다는 것이다. 마치 읍면동사무소 회의를 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특별자치도가 얼마나 할 일이 없길래 이런 자질구레한 이야기로 허송하는가.

특히 취임 1주일만에 가진 김지사의 읍면동장 회의는 가관이었다. 시장 군수도 아닌 도지사가 읍면동장 회의를 직접 주재할만큼 그렇게 한가한 것인가. 더욱 실망스런 것은 회의내용이다. 고작해야 환경정비와 청소 철저, 그리고 주정차 질서를 당부했다는 것이다. 특별자치도의 도지사가 그리도 할 일이 없는가.

지금이 어느 때인가. 지역사회의 현안들이 도처에 산적해 있다. 한미FTA는 발등의 불이다. 민자·외자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당면과제이다.

이런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둔 채 도지사가 느긋하게 “읍면동장은 도지사의 분신과 같으므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도지사를 평가하게 된다”며 인기관리에만 열중할 수 있는가. 그래놓고 6개월만 더 기다려달라면 누가 따르겠는가. 도지사를 비롯한 공직사회의 의식개혁과 발상의 대전환이 없는 한 특별자치도는 백년하청이다. <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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