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자극해온 검찰이 마침내 뚜껑을 살짝 열었다. 일단 연루 공무원 7명에 대한 기소방침이 확인됐다. 만일 이들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게되면 공직생명이 거의 끝장나게 된다. 여간 불행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은 참으로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억울하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기 때문이다. 왜 우리만 당해야 되느냐는 것이다.

따지고보면 공무원 줄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선거때마다 문제가 돼 왔던 것이다. 신구범-우근민 도지사 때는 눈뜨고 보지 못할 정도였다. 그 당시의 편가르기와 이로인한 도민사회 분열은 도약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도 누구 한 사람 처벌받은 일이 있었던가.

그런 까닭에 더욱 이들이 억울해 하는 것이다. 어쩌면 제도와 관행의 피해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법망에 걸려들지 않은 공무원이라고 해서 모두 깨끗하다고 장담할수 있겠는가. 그래서 검찰도 처벌수위를 놓고 장시간 고민을 거듭해왔던 것이다.

사실 그렇다. 실제로는 이보다 선거에 더 깊이 개입했어도 재수가 좋아 무사한 공무원도 없지않다. 또한 교묘히 단속망을 피해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줄선 공무원도 있다. 이들을 놔두고 법망에 걸려든 공무원들만 처벌한다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선지 공직사회 주변에서도 동정론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줄서기 불가피론이다. 지금과 같은 제도와 풍토에서는 어쩔수 없다는 항변이다.

굳이 죄를 묻는다면 도지사의 막강한 권한이 ‘유죄’라는 것이다.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이 도지사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미운 오리새끼’가 되지 않으려면 줄을 서지 않을수 없다는 것이다. 확실히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충성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양다리’내지는 반대파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번 찍히면 최소 4년동안은 고전을 면할수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논공행상에 의한 정실인사가 여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시스템이 작동된다면 공무원 줄서기는 절로 사라지게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런 얘기들은 어디까지나 공무원들의 볼멘소리에 불과하다. 아무리 설득력이 있다해도 도민들에게는 정당화될수 없다. 공무원의 선거개입은 무엇보다 출세지향적 과잉충성에서 비롯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선량한 공무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는가. 양심과 소신으로 ‘선거세파’를 이겨낸 공직자들까지 먹칠을 당하고 있다. 또 묵묵히 일에만 열중하는 동료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

공무원 줄서기는 선거문화를 퇴보시키고 공직사회의 분열을 초래하는 중대한 범죄이다. 더욱이 논공행상과 파벌조성등 온갖 폐해를 낳는다. 그런만큼 완전히 뿌리뽑지 않으면 공직사회가 썩고말 것이다.

이같은 줄서기의 병폐들을 조금이라도 깨닫게 된다면 그들도 깊이 반성할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겠는가. 이제는 선거에 휘둘리지 않는 공복기강을 스스로 확립해야 한다. 뒤늦게 땅을 치며 후회해본들 소용이 없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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