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제주사회 [전문가 좌담]

제민일보는 기획 ‘진단 제주사회’를 통해 제주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집중 다뤘다. 남을 비난하고, 합의를 모르는 현 상황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반영했다. 본보는 10회에 걸쳐 다룬 ‘진단 제주사회’를 마무리하는 자리로 전문가 4명을 모시고 좌담회를 개최했다. 20일 본사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는 이문교 제주관광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송석언(제주대 교수) 박정규(한국은행 제주본부 기획조사팀 과장) 강창언(전국문화재 전문위원)씨 등이 토론자로 참가해 제주 사회의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20일 제민일보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진단 제주사회 전문가 좌담회.<박민호 기자>  
 

이> ‘진단 제주사회’는 지역발전에 관한 내부역량을 결집시키는 동기를 만들었다. 제주 지역사회 문제를 진단하고, 전문가 의견들을 인터뷰하는 등 대안 마련에 집중했다. 기획 ‘진단 제주사회’를 읽었던 소감은
송=제주 본연의 공동체문화를 찾자고 하는데, 공동체문화를 지향한다는 것은 시대흐름에 맞지 않다는 느낌이다. 공동체문화인 수눌음을 재현하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공동체 문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정립을 새롭게 해야 한다.
강=기획을 통해 제주도의 문화재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박=제주도가 합의없는 사회라는데 그건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도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갈등은 어디든 존재하고, 해결기구가 제대로 갖춰지면 그것을 성장의 기반으로 활용한다. 만일 합의기구를 통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을 진행하면 갈등해결은 성장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갈등은 반드시 존재하지만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과 기구가 있다면 성장의 기반을 만들 수도 있다.

   
 
  이문교 교수  
 

이> 사회는 변하고 있다. 공동체는 산업사회까지 유효했다. 정보화 사회는 다문화사회다. 글로벌화 되는 환경에서 과거의 공동체문화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강=제주 사람들의 공동체문화는 지금도 잘 이어오고 있다. 문제는 정치·행정적으로 공동체문화를 이용, 갈등을 일으켜왔고 따라서 제주의 공동체문화도 훼손됐다.
박=제주만의 공동체문화가 강한 것은 아니다. 공동체문화를 얘기하는 이유는 의견이 한 곳으로 모아지면 더 강해질 것이란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동체문화를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 갈등이 심하다는 얘기를 한다. 이는 정치적으로 도민갈등을 이용하거나 언론도 증폭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사회는 갈등이 심한가? 그렇다면 갈등요인은 무엇인가. 정치적 갈등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강=앞서 얘기했듯 공동체문화가 정치와 결부되면 갈등의 요인이 나타난다. 이대로 좋은가. 이것에 대한 해법은 없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송=유권자가 적을수록 선거갈등이 더 심해진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제주지역은 인구가 적어 갈등이 짙을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만의 문화라고 합리화하는 것과, 모든 지역사회가 갖고 있는 단점을 우리만의 단점으로 보고 자해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갈등은 지속되지만 갈등관계를 치유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제주지역의 경우 산남지역은 패배주의 심리상태가 있다. 승자와 패자의 관계라면 승자는 패자의 상처를 우선적으로 쓰다듬어주는 정책을 펴야한다. 현실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당선자의 노력도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 정책결정과정에서 전부 공개되지 않거나 생략된 과정으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는 요인이 있었다. 정보공개 시대인데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결국 심각한 도민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박정규 한국은행 제주지역본부 과장  
 

박=해군기지나 개발문제는 정보를 공개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책에 대해 전부 공개하기는 힘들겠지만 어떤 내용인지를 알아야 민주사회에 맞는 것 아닌가.
송=다수결에 의해 투표로 결정되는 사안일 경우 다수결에 참여하는 자가 내용을 모두 숙지할 수 있어야 한다. 선택을 어렵게 하는 것들이 해소돼야 투표를 하더라도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했는데 오히려 갈등이 커지는 사례도 생긴다.

이> 특별자치도 출범이후 외자유치 문제 어떻게 생각하나. 외자유치의 걸림돌은.
박=사활이 걸린 문제다. 투자유치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제주도에 이전하는 공공기관이나 연구소를 끌어 들여야한다. 거기에다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확충하는 일도 필요하다.
송=문자화되지 않은 규제, 주민동의를 받아오라는 것이라든지 그런 걸 요구한다. 법으로 규정된 것을 모두 준비했는데 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것을 요구하는 것들 때문에 (투자유치에) 어려움이 있다.
강=제주에 들어오려는 시설이 많지만 목적이 불분명하고, 기간도 불분명하다. 무조건적으로 들어오겠다는 것이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게 문제다.

이> 도내 공무원들의 전문성은 어떻다고 보나.
박=제주도를 국가라고 본다면 공무원의 자질이 상당히 중요하다. 제주도에 돈을 벌 수 있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송석언 제주대 교수  
 

송=공무원들은 무언가 할 때 ‘관례가 있나’라면서 모험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공무원의 자질이 떨어진다기보다는 선의의 실수에 대한 보호가 없어서 그렇다. 소신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판단이 잘못돼서 실패하더라도 보호해줘야 소신껏 행동하지 않겠는가.

이> 일자리 창출은
송=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박=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들여올 수밖에 없다.

이> 관광은 믿음성이 있어야하는데 제주에는 정가(定價)가 없다. 호텔도 그렇고 식당도 그렇고 정가가 실현되는 곳이 없다. 상대방을 보면서 적당히 가격을 받는 게 현실이다. 제주의 신뢰사회 구축에 저해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신뢰와 친절이 가장 중요하다. 지갑을 잃어버려도 찾아준다는 신뢰, 가격에 속지 않는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강창언 전국문화재 전문위원  
 

강=우리나라에서 정가를 붙여서 성공하는 사업은 한군데도 없다. 우리민족만 갖고 있는 미풍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제주사회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파워그룹이 있다. 공직자. 지식인, 언론, 시민사회단체가 그것이다. 이 그룹들은 자기는 잘못이 없고 다른 그룹의 잘못만 지적하고 있다. 모두 개혁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 도민의식보다 파워그룹 의식이 변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제주도의 발전동력은 무궁무진하다. 제주도민들은 나쁘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경기가 좋아져도 제주도민들의 체감경기는 늘 낮다. 스스로를 믿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본다.

이> 오늘 토론회에서 우리는 ‘그래도 제주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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