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단절된 아이들 세상밖으로...
장애학생 스스로 일어나도록 '어미닭' 역할...'가가호호' 발품 팔며 학부모에 입학 설득

   
 
  ▲ 송철수 교감  
 
“특수교육은 어미닭이 병아리가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톡톡’ 두드려주는 것과 같다”

지난 1993년부터 장애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송철수(55) 서귀포온성학교 교감은 스스로를 어미닭이라고 부른다. 학생들이 스스로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미닭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한 도움은 주지 않는다.

송 교감은 “어미닭은 달걀을 한 두 번 두드린 후 병아리가 스스로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며 “특수교육도 마찬가지다. 장애아이들이라고 전부 해주면 안 된다.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감은 “장애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다른 교사들과는 달리 학생들의 대소변까지 처리해주지만 학생들에게 오히려 맞고 산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서귀포 온성학교 개교에 맞춰 많은 장애인들에게 학업의 문을 열어준 주역이다. 지난 2005년 12월 신설학교 준비요원이었던 그는 성산에서 중문까지 가가호호 발품을 팔았다.

송 교감은 “세상과 단절된 채 집에만 있는 장애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며 “몇 몇 집은 두 세 번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고, 부모님이 아이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학교에 보낼 수 없다며 펑펑 울기도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 아이들과 피부접촉을 자주하는 송 교감이 한 학생에게 다가가 귀속말을 하고 있다. <조성익 기자>  
 
하지만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점차 부모님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고,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30∼40대 어른들도 학교를 다닐 수 있냐고 문의를 할 정도였다.

그럴수록 송 교감의 기쁨도 커져갔다. 그는 “처음에는 아이가 잘 적응할까 걱정하는 부모들도 아이의 달라지는 모습에 기뻐하고 있다”며 “척추이상과 코끼리발로 고생하고 있는 한 장애학생도 학교에 다니더니 건강해지고, 밝아졌다”고 보람을 말했다. 

서귀포 온성학교는 겨울방학에 방과후 학교로 열기가 뜨겁다. 자원봉사자들이 컴퓨터, 음악치료, 종이 접기 등을 가르치고 있다. 물론 그 뒤에는 송 교감이 노고가 서려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송 교감은 아이들과 피부접촉을 자주 한다. 살금살금 다가가 안아주거나, 얼굴과 얼굴을 비비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오늘도 아이들이 스스로 껍질을 깰 수 있도록 사랑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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