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4·3 그 의로운 행진’, 제 취지 못살려

   
 
  '4.3 그 의로운 행진'이 3일 오후 3시  관덕정 광장에서 펼쳐진 가운데, 미군정경찰이 발포로 제주민중이 피살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김대생 기자>  
 
“가자 용사들아, 제주성으로! 성문을 열어라!”성난 제주민중이 항쟁으로 일제히 포효했다.

3일 오후 3시 관덕정은 4·3을 전후로 제주역사의 생생한 현장에서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하는 한판의 거리굿으로 물결쳤다.

‘4·3 그 의로운 행진’이란 이름의 이날 역사거리굿은 1901년 20세기 벽두에 발생한 신축제주항쟁(이재수난)을 필두로, 잠녀항일항쟁, 해방(1945∼1946), 3·1시위, 항쟁(1948), 학살(1949) 등 모두 7부로 나눠 진행됐다.

특히 강요배 화백의 4·3연작그림‘동백꽃지다’를 거리에서 펼쳐보임으로써 미술가는 물론, 유족, 시민, 사회단체, 대학생, 중고등학생 등 일반시민을 비롯한 참가자들의 몸 행위와 각종 전시예술 등을 통해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당시 3·1발포사건현장인 망루와 유치장, 십자가 형틀, 제주섬 모형 등을 미술작가들을 중심으로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공연 현장에서는 영혼을 상징하는 ‘영갯기’, 소원지나 위패 등을 설치해 관객이 스스로 위령의 주체로서 역사적 사건의 진상을 체험해보는 장도 마련했다. 움직이는 동상인 테러제이의 ‘동상퍼포먼스’도 관객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놀이패 한라산, 제주시 봉개동 풍물패, 제주4·3희생자 유족 등 29개 예술·시민단체와 시민, 학생들이 대거 참가한 이날 역사거리굿은 그러나 공연의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해주지 못하는 등 아쉬움도 많았다.

공연을 내내 지켜본 강 모씨는 “관덕정이라는 역사적인 현장에서 그 역사를 재현하려는 공연치고는 내용이 너무 산만한 것 같다”면서 “제주4·3을 얘기하려는 것인지, 이재수난을 말하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꽃샘추위 때문인지 관객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 썰렁한 것도 문제였지만, 마이크 등 음향장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관객들이 무대의 음향을 제대로 듣지 못해 짜증을 내기도 했다.

현 모씨는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 같다”면서 “내년 60주년 4·3 문화행사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제주4·3 59주년 제14회 문화예술축전의 일환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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