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 방송에 보낸 사진·동영상서 살인마의 모습 보여줘

 

18일 저녁(현지시각) 처음으로 육성과 얼굴이 공개된 조승희는 살인마의 모습이었다.
조승희는 지난 16일(현지시각) 1차 기숙사 범행 뒤 미국 NBC 방송 앞으로 자신의 글과 사진첩, 동영상 비디오를 우편물로 보냈다.
미 NBC 방송은 18일 저녁(현지시각) 뉴스에서 조승희의 육성과 얼굴이 담긴 동영상, 사진들을 생생히 방영했다.
 
조승희의 사진들을 보면 총잡이 복장을 하고 권총을 양손에 들고 뭔가를 겨누는 서부의 총잡이를 흉내내는 모습과 장도리를 내리치는 사진, 칼을 들고 찍으려는 사진, 총을 정면으로 겨누는 사진 등 살인마의 모습 그 자체였다. 조승희는 또 부자들을 증오하고 종교관 등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조는 자신이 직접 촬영한 동영상 비디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 나는 떠날 수 있고, 달아날 수 있다. 그러나 아니다. 나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을 것이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식들과 형제, 자매들을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조승희가 방송국에 보낸 것은 이런 내용들은 살인자들이 대의명분용으로 즐겨 사용하는 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다.
 
조의 이러한 수법은 지난 1970년에서 990년대 이른바 '유나보머'(Unabomber-대학과 공항에 폭발물을 보낸 것)라고 불린 연쇄 편지 폭탄 테러범 시어더 카진스키가 '유나보머 선언문'이라고 명명된 '산업 사회와 미래'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현대 기술 문명 위험성 경고를 자신의 범행 목적이라고 주장한 것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시에 3명을 살해하고 23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조가 방송국에 보낸 이 우편물은 조승희씨가 2명을 살해한 1차 기숙사와 30명을 사살한 2차 공학관 범행 사이에 작성된 것이어서 조의 범행 동기를 밝혀줄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FBI는 조의 육성 동영상과 사진, 글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조승희는 법정으로부터 정신병자와 위험인물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버지니아 특별 법정은 지난 2005년 조승희를 정신병자로 판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급박한 위험이 있는 인물이라고 선언했다.
 
미 CNN 방송은 정신병자인 조가 어떻게 학교 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게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보도했다.
 
조승희는 지난 2005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두 명의 여학생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을 했다고 수사 당국이 18일 발표했다.
 
웬델 플랜첨 버지니아대공대 경찰서장은 이날 당시에 조씨를 스토킹 혐의로 조사했으며 조씨가 자살할 가능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일시 구금한 뒤 정신이상 감정 시설로 보냈다.
 
조승희와 기숙사 같은 방을 썼던 존과 앤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그는 여자를 자주 스토킹했고 여자들에 대한 일종의 편집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또 조승희 담당 교수가 조를 위험인물이라는 경고를 학교 당국과 경찰에 했으나 관계 당국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문학 과장이었던 루신다 로이 교수는 지난 2005년 가을 조씨가 책상 아래서 여학생들의 사진을 찍고 잔인한 폭력성이 난무한 글을 써 이를 학교 당국과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로이 교수는 "나의 경고를 매우 주의 깊게 듣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해 조승희를 방치한 학교와 경찰 당국을 원망했다.
 
그녀는 자신의 교수 경력 22년만에 조승희만큼 철저한 외톨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노컷뉴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