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표 사기가 힘들다고 야단들이다. 추석같은 대목에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도 관광객들이나 서민들만의 얘기다. 소위 ‘끗발’있는 사람들은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지금까지 기관장들이 항공권을 구입하지 못해 비행기를 못탔다는 얘기를 들어본적이 있는가.

실제로 제주도지사가 항공난 때문에 청와대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해보자. 그러면 어떻게 되겠는가. 대통령도 기가 차서 웃고말 것이다.
또 제주출신 국회의원들이 비행기표를 못사서 본회의에 불참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금배지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다. 또한 제주에 출장왔던 건교부장관이 항공권을 구입하지 못해 국무회의에 불참했다고 하자. 나라꼴이 얼마나 우습겠는가. 꼭 거짓말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가정은 어디까지나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내로라 하는 기관장들이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해 공무에 차질을 빚었다는 전설은 없다. 천재지변으로 결항하지 않는한 그들의 항공권 구입망은 언제나 이상이 없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다.

만약에 항공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이들 실력자들이 항공권을 구입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고질적인 항공난 해결의 청신호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짐 진 사람이 팡을 찾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지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 그저 힘없고 ‘빽’없는 서민들만 아우성이다. 정책을 주무르는 실력자들에게 항공대란은 그저 남의 일일 따름이다. 그러니 항공정책은 백날 그대로인 것이다.‘투정 말고 재주껏 알아서들 타고가라’는 식이다.

이제 비행기는 제주의 대중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제주관광산업의 중흥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1200만여명이 제주항공편을 이용할 정도다.
하지만 제주노선 항공편은 되레 줄어들고 있다. 양 항공사가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에만 치중하기 때문이다. 이러고도 정녕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라고 말할수 있겠는가.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운명은 연륙교통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다가 육지라면 또 모를까. 아무리 골프장을 많이 만들어도 항공권이 없으면 골퍼들이 오지 않는다.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관광지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수천억원씩 들여 관광휴양단지를 조성해도 관광객이 오지 못하면 적자를 감당키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제주는 내수시장이 매우 빈약하기 때문이다. 50만 도민을 상대로 영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아주 잘해야 본전일 것이다.

이렇게 항공은 제주의 생존전략만큼이나 중차대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 제주도당국은 강건너 불보기 식이다. 특히 도는 항공대란이 매년 반복되는 현안임에도 속수무책이다. 하늘길이 막힐 때마다 항공사에 쪼르르 찾아가 애걸복걸하는게 고작이다. 제주가 다 죽게됐다는 엄살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게 임기응변식 땜질처방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할 수가 없다. 이제는 제주관광의 명운을 걸고 확실하게 대처해야 한다. 국제자유도시의 간판을 내리던가, 아니면 획기적인 항공정책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도민들은 언제까지 항공사만 쳐다봐야 하는가.<진성범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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