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숙. 주부

   
 
  서귀포시 화순해수욕장을 찾은 아이들.  
 
며칠 전 일요일, 오월인데도 육지 어느 지역은 낮 기온이 섭씨 32도가 넘었다는 그날에 나들이를 갔었다. 좀 더 자세히 밝히자면 1년에 한번 하는 친목모임에서 역사기행을 겸해 놀러나간 것이다.

아빠 엄마 손에 끌려나온 어린아이들의 수가 반을 넘었다. 해군기지문제가 주요사회문제로 떠오른 만큼 이번 기행의 주제는 ‘반전·평화’였고 제주도의 군사시설물을 돌아보는 게 취지였다.

아이들이 많은지라 많은 곳을 가보진 못했는데, 안덕 곶자왈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논오름, 사계 용머리 해안에 있는 연대, 알뜨르비행장과 섯알오름학살터 그리고 송악산 해안동굴과 화순해수욕장이 우리가 기행한 곳이었다.

지금 해군기지로 유력시 되는 곳이 강정동이라고 하지만 기행안내를 하시는 분은 화순항을 해군기지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화순항에 가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심상치 않게 바다 가운데로 뻗어나간 방파제와 높다란 크레인,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작업 중인 포크레인이 즐비한 공사현장을 보니 ‘과연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되었다.

거대한 전함들이 수십 척 아니 수백 척 정박해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게 어렵지 않았으니 말이다.

어른들이 싸늘한 전율을 느끼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방파제보다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덥다고 난리 피우던 녀석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단숨에 바닷가로 내달았다.

손도 담그고 발도 담그고 먹다 남은 음료수를 버리고 그 병에 바닷물을 길어대는 녀석도 있었다. 어른들은 멀리서 그 모습들을 넋 나간 듯 지켜보았다.

1946년 당시 어떤 신문에는 이런 글이 실렸다고 한다. ‘앞으로 제주도는 관광지로 빨리 개발하지 않는다면 군사요새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문득 나는 그 아이들 모습이 탱크를 타고 노는 이라크의 아이들 그리고 탄피를 주워 담는 팔레스타인의 아이들과 오버랩 되었다.

‘그깟 해군기지 하나 들어선다고 제주도가 어떻게 되겠는가?’ ‘해군기지 유치해서 돈 좀 벌면 그것 또한 좋은 일 아닌가?’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상상해보기 바란다. 거대한 전함이 오고가는 바닷가에서 노는 아이들, 전 세계 군사기지가 있는 지역의 아이들, 전쟁터의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말이다.

전쟁이 나면 군시설을 가장 먼저 폭격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일 것이다.

대부분 그 피해를 입을 사람은 전쟁을 일으킨 사람도 아니고, 기지 건설을 찬성했던 사람들도 아닌 아이들 여성들 힘 약한 사람들이 우선일 것이다.

‘설마 전쟁이야 일어나겠는가’ 하고 생각한다면 과거를 조금만이라도 돌아보시길. 일제의 점령, 양민학살, 남북전쟁 이 모든 것들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설마 일어날 줄 알았을까? 

눈앞의 이익에 눈이 벌개진 어른들 손에 물장구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있다니 가슴을 치며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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