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영화보기] 영화 ‘열세살 수아’

   
 
  ▲ ‘열세살 수아’  
 
[막무가내 영화보기] 열세 살 사춘기.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주위에서 벌어지고 인생의 큰 격변기를 겪는다고 말하는 시기.

하지만 누구나 격하고 큰 사고를 치면서 사춘기를 지나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왔다 가는 사춘기이다 보니 당연히 모두가 거치지만 모두가 떠들썩하게 이 시기를 지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영화 속 수아도 사춘기 소녀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수아에게 사춘기는 혹독하지만 수아는 그런 것들을 겉으로 쏟아낼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마음속으로 자신이 싫은 것들-예를 들어 어머니의 존재 같은 것들-을 부정해 버리고 다른 대안들을 찾아 상상을 현실로 믿어버리는 조용하고도 독특한 사춘기를 보낸다.

주변에는 일탈을 경험하거나 자신을 괴롭히는 비행을 저지르는 친구들이 많이 있지만 수아는 그에 휩쓸리기 보다는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선을 유지할 뿐이다.

어딘지 자신과 맞지 않는 어머니를 친어머니가 아니라고 규정해 버리고 언젠가 아버지가 말한 인기 가수를 어머니라고 믿고 그녀를 향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것 정도가 수아가 저지르는 일탈의 전부일 정도.

그러다 보니 ‘열세살 수아’에서는 다른 성장 영화에서와 같이 격동적인 청소년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수아가 보여주는 반항이라는 것도 그저 평온한 표정으로 말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것 정도다.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도 영화에 몇 번 나오지 않는다.

   
 
  ▲ ‘열세살 수아’의 김윤아  
 

하지만 수아 역을 맡은 이세영은 작은 표정과 행동의 변화를 통해 가슴에 갈등이 가득한 소녀의 잔잔한 심리 묘사를 충분히 해내고 있고 추상미와 최명수 등 노련한 배우들은 이세영의 연기를 돋보이게 만든다.

곧잘 등장하는 수아의 공상 세계는 엉뚱하지만 재미있고 때로는 진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또 ‘자우림’의 가수 김윤아가 등장하는 장면들에서 이용된 뮤지컬적 요소들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결국 ‘열세살 수아’는 대단한 사건이나 줄거리를 보는 영화라기보다는 등장인물의 잔잔한 심리묘사와 그 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착한’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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