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정책토론회… ‘제주어 전승, 제도적 장치 뒤따라야’역설

 

 

 제주어는 제주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을 담고 있는 소중한 그릇이다. 그렇기에 그 그릇을 잘 보존하고, 반짝 반짝 광을 내서 후세에 전달해야 하는 일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제주어의 우수성과 가치는 강조하면서도 제주어 보존과 올바른 전승을 위한 노력은 과연 얼마나 해왔을 지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강창일 국회의원 주최, 제민일보사 주관으로 열린 2007 제주민속문화의 해 기념 올바른 제주어 보존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제주어의 보존 방안에 대한 진일보한 대안들이 제시돼 주목된다.

이날 토론자들은 제주어의 체계적인 보존을 위해서는 제주어에 관한 조속한 조례 제정과 아울러 체계적인 제주어 조사, 교육현장에서의 제주어 교사 양성, 제주어 표기에 따른 신문, 방송, 행정의 올바른 인식 등  주문이 잇따랐다.

아울러 국립민속박물관·국립국어원이 지난해부터 제주도 방언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행정의 언어정책, 문화정책과 전문기관과의 설립, 일반시민들의 공유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견해도 관심을 끌었다.

다음은 정책토론회에서 제시된 안건을 요약한 것이다. 
 
△오창명 제주대학교 국어상담소 연구원=현재 제주사람들 중에는 사투리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다. 제주어의 보존에 앞서 제주어를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가 절실하다. 제주어의 표기, 발음에도 주의해야 한다. 왜곡돼 쓰이고 있는 사례가 많다.

△김순자 전 제민일보 문화부장=생생한 제주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70대 중반이다. 하루속히 체계적인 제주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제주어 보존과 올바른 전승을 위한 노력은 국어학자들만의 몫은 아니라 도민 모두의 몫이다.

제주어의 가치를 들면서 ‘아래아’와 ‘쌍아래아’가 살아있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신문이나 방송 매체에서는 아래아를 무시해서 적는 경우가 많다. 매체나 간판의 속성상 대중적 전파력이 막강한 곳에서 제주어를 잘못 쓰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기에 문제가 크다.

자치단체 등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제주어 또한 잘못된 부분이 많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행정에서 미술장식품이나 경관에 대해 심의하는 것처럼, 제주어에 관한 심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김종식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장학사=제주어의 올바른 보존을 위해서는 학교에서 두루 쓰여야 한다. 제주도는 지난해에 제주어 자료를 처음 개발했다.

이는 전라도, 경상도 등 다른 지역에 비해선 매우 늦은 것이다. 전라도에서는 교사가 수업시간에 전라도 사투리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린 아직까지 이런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런 차원에서 신문, 방송 등 매체에서 제주시간을 별도로 편성한다거나, 고정칼럼 게재를 제안한다. 그래야만 제주어가 박물관의 유물로 전락하지 않는다.

△오옥만 제주특별자치도의원=올해는 제주 민속문화의 해이자, 제주주도의 자연유산이 유네스코에 지정된 원년이다.

그런 면에서 「제주어사전」편찬사업의 올해 추경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내년에는 반드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하겠다.

아울러 제주어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행정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제주도에 제주어 조례제정을 강력히 요청한다. 

△고재환 제주교육대 명예교수=제주도 문화총괄 부서에 제주어 담당 직원 한 명 없는 것은 비극이다. 제주도가 진정 자연유산과 함께 제주어를 유네스코에 등재하려면 언어정책, 문화정책 등 손발을 맞춰야 한다.

이에 전문적인 연구기관의 설립과 일반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은 필수다. 이런 손발들이 맞질 않으면 제주어를 유네스코에 등재하겠다는 주장은 ‘애드벌룬’일 뿐이다.

제주도는 제주어가 가치 있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제주어사전」편찬사업에는 인색하다. 그 사업이 몇 십억이 들어가는 사업인가. 단지 제주문화예술재단 지원금의 단 1%만 떼어 제주어에 지원해야 한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창작예술에만 지원하는 곳은 아니지 않는가.

△정선태 국민대 교수=현기영의 「순이삼촌」「해룡이야기」등 일본학자들 사이에서는 제주문학작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이렇듯 제주문학은 ‘변방이 중심을 타격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특별’히 간직하고 있는 이런 장점들을 적극 활용해 중앙에 포섭되지 않는 제주어 정책을 편다면 제주어의 가치는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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