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툼 레이더' 속에서 여주인공(안젤리나 졸리)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 않은 진귀한 보물을 찾아 고대의 무덤 속에서 모헙을 펼친다.

'툼 레이더(tomb raider)'라는 단어가 사전적으로 '도굴꾼'이 될 수도 있지만 영화의 내용을 감안한다면 '고고학자' 혹은 '유물발굴자' 정도의 해석이 타당하다.

오는 11일 오후 9시35분(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첫경기를 시작으로 아시안컵에 뛰어들게 될 핌 베어벡 감독의 입장은 영화 '툼 레이더'의 주인공과 비슷하다.

아시안컵을 통해 47년만에 한국 대표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감독의 무덤' 속에서 모험을 펼치며 그에 따른 위험도 수반해야 한다.

베어벡 감독은 아시안컵을 통해 지도자로서 영광을 안을 수도 있지만 되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베어벡 감독은 이미 "아시안컵 4강의 결과를 지켜볼 것이고, 만약 나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되면, 곧바로 축구협회에 감독직을 내놓겠다"며 아시안컵 도전을 앞두고 '배수의 진'을 친 상태다.

사실 아시안컵은 한국 대표팀의 감독들에게 '무덤'으로 인식돼 왔다. 문정식(84년) 박종환(96년) 허정무(2000년) 움베르토 쿠엘류(2003년, 예선) 감독이 모두 아시안컵에서의 부진으로 짐을 쌌다.

문정식 감독은 84년 싱가포르 대회 4강 진출에 실패한 여파로 지휘봉을 놓았고, 박종환 감독은 96년 대회 8강전에서 이란에 2-6 참패를 당한 뒤 대표팀 감독직과 작별을 고했다.

2000년 허정무 감독은 4강행에 머물며 거센 비판에 직면해야 했고, 쿠엘류 감독은 자신의 목표였던 아시안컵 본선행을 지켜 보지도 못한 채 대회 직전 대표팀서 중도 하차했다. 그 유명한 '오만 베트남쇼크'(오만에 1-3패, 베트남에 0-1패)가 바로 아시안컵 예선에서 벌어진 참사들이었다.

베어벡 감독에게 아시안컵은 양날의 검이다. 전임 감독들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고, 커다란 영광을 맛볼 수도 있다. 이미 킥오프 휘슬은 울렸고 남은 것은 전력 질주 뿐이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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