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서울 대학로 씨어터 SH에서 가수 이적이 진행 중인 콘서트 '나무로 만든 노래' 9회 공연이 열린 11일 오후 8시. 평일 오후인데다 때마침 폭우까지 내렸지만 공연장은 발 디딜틈 없이 관객이 들어찼다.

소극장 공연인 만큼 관객 400여 명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서로 호흡을 느꼈고 환호 속에 등장한 이적은 잔잔한 발라드 '내가 말한 적 없나요'로 문을 열었다.

자그마한 무대에는 이적을 포함해 4명만 올랐다. 이적이 건반과 피아노, 기타를 번갈아 연주하며 노래했고 기타와 베이스, 드럼 연주자가 코러스까지 해냈다. 단출한 구성이지만 연주에서는 빈틈을 주지 않은 견고한 짜임새를 자랑했다.

이적은 이번 공연의 '야심작'으로 세밀한 조명 연출을 내세웠다. 소극장 분위기를 살리는 작은 조명을 여럿 설치했고 관객과 어우러지는 대형 조명까지 더해 공연의 맛을 더하려 했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의 설렘과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일까, 초입부터 뜻하지 않은 조명사고가 발생했다.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1~2분간 어둠이 이어지거나 일부분만 조명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날 조명 담당자는 국내 정상급 조명 연출자로 인정받는 김지훈 감독. 서태지를 비롯해 김동률, god, 동방신기 등 인기가수 콘서트를 도맡아왔던 김 감독은 예고치 않은 사고가 벌어지자 공연장 전원을 끄고 점검에 나섰다.

이적의 기지도 빛을 냈다.

이적은 관객이 당황하거나 지루하지 않도록 '연가'를 부르며 합창을 유도했다. 관객이 노래를 따라부르자 "소풍 온 기분"이라면서 "수건 돌리고 싶은 분은 해도 된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이끌어냈다.

주최 측은 10여 분만에 조명을 정상화시켰고 이때부터 알찬 무대가 펼쳐졌다.

그룹 패닉의 데뷔 음반에 담긴 '기다리다'를 시작으로 'UFO', '강', '뿔',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와 카니발 시절 발표한 '거위의 꿈'을 선보였고 최신 솔로 음반에 담긴 '얘, 앞산에 꽃이 피면'과 '사랑은 어디로'를 불렀다.

"작업실에 여러분을 초대하는 마음으로 꾸몄다"라는 설명대로 규모는 조촐했지만 내용만큼은 화려했다.

공연 도중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결혼을 앞둔 연인을 위해 사랑을 담은 솔로곡 '다행이다'를 선물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시작해 15일(총 14회)까지 계속되는 이적의 공연은 일찌감치 전회 티켓을 매진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팬들의 성원에 매회 350명 정원인 공연장에 의자를 더 놓고 400여 명을 받고 있지만 이도 모자라 8월부터 앙코르 공연에 돌입한다.

공연 불황이라지만 '되는 가수는 된다'라는 말을 증명한 셈이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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