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30일 핌 베어벡 축구 국가대표팀 겸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표명한 사퇴 의사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올림픽 대표팀 코칭스태프 인선 문제는 당장 축구협회의 '발등의 불'이 됐다.

차기 올림픽 대표팀 인선의 핵심 사항은 홍명보 현 축구대표팀 코치의 거취 문제다. 올림픽 대표팀의 사령탑으로 오를지, 아니면 차기 신임 감독을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할지에 초점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축구대표팀은 사령탑 인선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 내년 2월 동아시아대회까지 A매치가 없어 당장 뽑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올림픽대표팀은 사정이 다르다. 당장 다음달 22일 홈에서 우즈베키스탄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을 치러야 한다. 빠른 시일내에 감독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

축구협회는 이에 따라 31일 오후 2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소집해 후임 사령탑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기술위원회가 제시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기존 코칭스태프 중 한명을 감독 대행으로 올려 대행 체제로 올림픽 최종 예선을 치르는 방안 ▲신임 감독을 영입해 기존 코칭스태프를 거느리게 하는 방안 ▲새로운 감독이 새로운 코칭스태프를 구성해 올림픽 최종예선을 치르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세번째 시나리오는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올림픽 최종예선까지 남은 날짜가 별로 없고, 지난 1년간 유지해온 올림픽 대표팀의 틀을 한번에 바꿔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의 한 고위관계자 역시 사견임을 전제로 "베어벡호의 기존 코칭 스태프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 쪽이 현명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압신 고트비 코치와 코사 골키퍼 코치의 거취는 현재 불분명하다. 이들은 지난 여름 베어벡 감독과 함께 2년 계약을 맺었지만 계약 조건상 베어벡 감독이 사임한 이후 이들의 거취 문제는 축구협회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코사 코치는 잔류할 것으로 보이지만 고트비 코치는 이란 프로축구팀 사령탑으로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홍명보 코치의 계약 조건은 외국인 코치들과는 다르다. 2년 임기가 보장돼 있다. 또 베어벡호의 유일한 한국 지도자로서 홍명보가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차기 올림픽 대표팀에 그대로 전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홍 코치의 올림픽 대표팀 내 유임은 거의 확정적인 분위기다.

물론 홍 코치가 곧바로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으로 오를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걸림돌이 많다. 우선 지도자로서의 경험이 일천하다. 코치 부임 초기에는 무자격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1969년생인 홍 코치가 지도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수직상승'할 경우 축구계의 생리상 그보다 연장자인 선배 지도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함도 고민해야 할 과제다.

축구 지도자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홍 코치에게 갑자기 큰 부담을 안겼다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감당하지 못할 후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게 축구협회 측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홍 코치가 신임 사령탑을 보좌하며 더 경험을 쌓을 기회를 부여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한국인 사령탑이 올림픽 대표팀을 지휘봉을 잡는 방안에 유력한 가운데 축구계에서는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전무, 장외룡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조광래 전 FC 서울 감독, 이태호 최윤겸 전 대전 시티즌 감독 등의 이름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축구협회 측은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 본 뒤 최대한 서둘러 차기 사령탑 인선을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다. 기술위원회가 차기 올림픽 사령탑을 결정하면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최종 인가를 내리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빠르면 31일 오후 차기 사령탑 '전격발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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