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국가, 종교는 모두 달랐지만 탈레반 무장세력에 피랍된 한국인들이 석방되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았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슬람어였지만 피랍자들의 무사 석방을 기도하는 이슬람지도자의 기도소리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피랍된 분들이 하루속히 석방되도록 기도하자”

방글라데시 무타파 카말 대사를 비롯한 21개국 외교관계자들과 이슬람, 흰두교 등 종교지도자 30여명은 4일 오후 4시쯤 분당 피랍가족모임 사무실을 방문해 피랍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BestNocut_R]

피랍된 한국인들이 하루속히 석방되길 바라는 마음은 국가와 종교를 초월해 한결같았다. 외교관들은 자리를 잡자마자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하고 피랍된 분들이 석방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며 2분여의 묵상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를 마련한 엘살바도르 알프레도 운고 대사는 "피랍된 한국인들이 빨리 풀려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다들 같은 심정으로 자발적으로 이 곳에 왔다"고 말했다. 운고 대사는 또 "사태를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UN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전 세계에 이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 “우리 자식들을 가슴에 안아볼 수 있는 그 날이 올까요?”

피랍된 서명화,서경석씨의 아버지 서정배씨는 "우리 아이들은 나라, 정치, 종교를 떠나 오로지 봉사하러 아프간에 갔다"며 "이들이 총을 들고 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씨는 또 외교관들을 향해 “여러분의 도움으로 형제, 자매, 자식들을 가슴에 안아볼 수 있게 해달라”며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다”며 눈물지었다.

고 배형규 목사의 형 배신규 씨는 “동생이 봉사단원을 이끌고 갔는데, 봉사단원은 돌아오지 못하고 배씨의 시신만 돌아왔다”며 “23명의 봉사단원 가운데 벌써 2명이 희생됐지만 우리는 기도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국제적인 도움을 호소했다. 외교관들도 덩달아 눈물을 흘렸다.

▲ “한국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겠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 잡히지 않은 상태”

운고 대사는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인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UN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전 세계에 이번 사태를 알리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답했다. 또 한국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는 것 이상으로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운고 대사는 그러나 “21개국이 함께한 이 자리 자체가 탈레반 행위에 대한 거부이자 시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족들이 만나길 원했던 아프간 대사는 출장 중이라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피랍가족 사무실의 이헌주 목사는 “피랍가족들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아프간 참사관과는 통화를 했지만 대사와는 접촉하지 못했다”며 “자리에 함께하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을 담아 피랍자들의 조기석방을 바라는 호소문을 일일이 전달했으며 외교관들은 눈물로 젖은 뺨을 닦아주는 등 가족들을 위로하고 오후 5시쯤 짜리를 떠났다.<노컷뉴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