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제주특별자치도여성특별위원회 사무국장

한참 실랑이가 있었다. 컴퓨터를 하고 싶다는 아이와 이를 말리느라.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컴퓨터를 모르고 살았다. 아니 어딘가에서 택배가 오고나면 빈 상자를 가지고 컴퓨터를 만들고 거기에 자판과 화면을 그려 넣어 그걸 가지고 놀 줄 알았다.

그런데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특기 적성인가 방과 후 교실인가에서 컴퓨터를 가르친다는 게 아닌가. 물론 신청하지 않으려 했더니 한 반이 열 댓 명인 시골 학교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집으로 와야 하는데 혼자만 남아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혼자 있게 하는 게 껄끄러워 울며 겨자 먹기로 보냈다.

아니다 다를까. 우리 부부가 걱정하던 대로 아이는 곧 인터넷이며 여러 게임을 드나들었고, 빠른 속도로 그 현란한 색감 속으로 빠져들었다.

전에는 책 읽고 그림 그리던 아이가 시간이 나면 컴퓨터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서성이곤 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20분 동안 하게 해준다는 약속을 깨고 한 번 시작하면 끝내지 못해서 매번 부모와 실랑이를 벌이곤 했다.

혼자서도 재미난 놀이를 끝없이 찾아하던 아이가 수동적으로 컴퓨터 게임에 맹목적으로 매달리게 됐다.

그 자그만 몸과 자유로운 영혼이 컴퓨터 화면 앞에 넋을 잃고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걱정스럽고 답답해진다. 과연 채 열 살 도 안 된 어린 아이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서둘러 시켜야만 하는 것일까? 

교육용이라지만 지금 컴퓨터를 통해 제공되는 어린이용 오락과 학습용 게임들도 현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빠른 화면 이동과 요란한 색감에 노출된 아이들은 차분한 색깔과 천천히 흘러가는 자연의 속도를 못 견뎌 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정보화 교육이란 이름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부추기고, 부모들 역시 교육용이면 괜찮으려니 하는 생각에 방관적이 된다. 이런 정보강국의 위상 뒤편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컴퓨터 중독과 그 피해로 허덕거리고 있는가.

공부는 무조건 빨리 많이 할수록 좋은 게 아니다. 적절할 때가 있다.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적인 공부야 좀더 커서 꼭 필요한 순간이 되면 한 순간에 습득할 수 있을 터.

오히려 어려서는 컴퓨터를 잘못 다루면 유해할 수 있음을, 그러니 더욱 조심하고 멀리하도록 가르치는 공부가 더 우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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