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나리'가 몰고 온 물폭탄으로 제주 전역이 사상 최대의 피해를 입은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 총체적 부실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집중호우와 태풍 내습에 따른 사전 대비가 소홀했고, 긴급 대응 체계 혼선, 사후대처 부실 등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60∼70년대나 일어날 만한 후진국형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태풍 나리 등에 따른 피해는 사전에 예고되고 있었다. 지난 15일 이전부터 집중호우와 태풍 내습 등에 따라 피해가 우려된다는 예고가 이어졌지만 도는 이렇다할 대비에 나서지 않았다. 흔한 현수막조차 거둬들이지 않았는가 하면 집중호우로 도심지 도로 배수 문제를 감안, 우수관을 열어두는 등 기본적인 대응도 없었다.

도의 대응이라고는 지난 14일 직원 10% 근무에 이어 지난 16일 새벽 3시 직원 33% 근무, 같은 날 오전 8시 전 직원 근무 결정을 내린 것이 전부다.

특히 전 직원 근무가 시작됐지만 일부 공무원들을 제외하고 모두 사무실을 지키는 수준에 그쳐 도내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해도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피해상황 집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전과 침수, 건물 파손 등으로 사망과 실종, 부상 피해가 잇따랐지만 도가 지난 16일 오후 9시 기준으로 17일 오전 발표한 도 전역 피해집계 상황에는 부상을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인명피해가 사망 6명과 실종 5명 등 11명으로 안일하게 집계를 냈다.

또 제주시내 절반이 넘는 신호등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지만 단 3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집계하는가 하면 동문오일시장 피해상황 등은 아예 피해상황에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긴급 대응 시스템도 마비상태였다. 도남동 성환상가 주변 복개구간을 중심으로 대규모 침수피해가 발생돼 교통대란이 발생됐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현장에 단 한명의 공무원도 배치되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을 사는가 하면 도심지 하천 범람이 지난 16일 오후 1시에 집중됐지만 이를 알리는 재난문자는 3시 이후에야 발송되는 등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교량 균열 등으로 교통통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사후 대처에도 문제를 드러내 도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주도 홈페이지 등에는 도의 주먹구구식 재난대응에 대한 질타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도 관계자는 "공무원 비상 근무는 재난안전대비 비상대응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며 "많은 피해가 발생한 만큼 복구 등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현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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