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보다 인성 키우는 교육을”

   
 
  ▲ 제주민속문화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는 강 교사는 풍물반 운영 등을 통해 ‘혼자보다 여럿이 흘린 땀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조성익 기자  
 
   
 
   
 
강준배 교사(53)를 만난 곳은 그가 몸담고 있는 함덕정보산업고가 아닌, 제주시내 한 야간학교에서다. 다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분주한 때, 풍물패의 신나는 장구소리만 겨울 밤하늘을 쩌렁쩌렁 울린다.

강교사는 올해로 교단생활 31년째를 맞는다. 부산교대 졸업 이후 몇 년을 제외하면 줄곧 제주지역 교육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셈이다.

무엇보다 20년을 역임한 고산상고 시절이 그에겐 가장 즐거웠던 때가 아닌가 싶다. 학교 문화 활동이 활발하지 않던 시기, 상업을 전공한 그가 풍물반(당시 농악반)을 조직한 이유는 뚜렷하다.

제주민속문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 풍물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혼자 보다 여럿이서 흘린 땀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것이었다.

“제주에 와 보니, 문화적 분위기가 거의 무르익지 못했다. 학교 자체 문화활동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우리 것을 알자’라는 취지아래 학생들에게 풍물과 탈춤을 지도했다”

강 교사가 몇 년간 풍물반을 운영하며 거둔 성과는 컸다. 2000년도 전후한 시기에 출전한 전국청소년예술제에서 작품「불도맞이굿놀이」「요왕맞이굿놀이」로 연거푸 대상을 거머쥔다.

강 교사의 열정은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고산상고 전체 재학생 200명 중 60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풍물반은 인기 절정에 이르기도 했다.

강 교사는 “교사와 학생들이 한 몸이 되어 밤 10시까지 운동장을 떠나지 않고 민속춤을 연습하며 흘린 땀방울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며 잔잔히 웃었다.

그에게서 풍물과 탈춤을 배운 제자들 중 일부는 이후 사회에서 무용인, 풍물전문인으로 왕성할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4년 전 고산상고에서 함덕정보산업고교로 부임해왔으나, 풍물반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요즘은 제주시내 고교생 60여 명으로 이뤄진 봉사단을 돕고 있다. 강 교사에게 봉사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 남의 아픔이 나의 아픔인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의 이런 생각에는 이기주의에 빠진 학생들에 대한 고민이 배어 있다.

강 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너무 자기 이기주의로 향한 것 같다. 반의 구성원들보다, 가족보다 자기 개인만을 위하는 추세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강 교사의 교육철학은 “학력을 중요시하는 교육보다 인성을 중요시 하는 교육”에 있다. 그가 만든 풍물반도, 봉사단체도 학생의 인성교육에 채널이 맞춰져 있다.

그가 함덕정보산업고에 적을 두면서, 동려평생학교(옛 동려야간학교) 부설 동려교육문화원장을 맡은 것은, 사회에서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하는 미래 사회인들에게 ‘보이지 않는 교육의 힘’을 심어주려는 데 있다.

교사재직 30년간 그를 스쳐간 학생만도 700~800명에 달한다. ‘내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강교사의 바람은 오직 하나다. ‘학력보다는 인성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이 그것이다. >끝<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