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소식 본격 가동…진로·강도 예측 개선, 제주 ‘기상정보 메카’ 기대
기상청·기상연구소 태풍황사 인력 '그래로'·신뢰도 확보 위한 환경 개선 등 과제

태풍 길목 '제주'에 국가태풍센터(이하 태풍센터)가 문을 열었다.
기상청은 21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서 태풍센터 개소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기공식후 1년 6개월여만에 운영에 들어간 태풍센터는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진로를 보다 정확히 예측하고 피해를 줄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 인력 확충과 세부적인 태풍 정보 제공은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기상 정보 메카' 기대=총 사업비 66억원이 투입된 태풍센터는 6만5384㎡ 부지에 연면적 1694㎡(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건립됐다.
기상청 내 태풍예보담당관에서 전담하고 있던 태풍 예보 및 분석 기능을 이관받고, 현재 전문연구인력 15명을 투입해 북서태평양 전역을 연중 24시간 집중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태풍센터가 문을 열면서 태풍의 진로는 5일 후까지, 강도는 3일 후까지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종전에 진로는 3일 후, 강도는 2일 후까지만 예측할 수 있었다.
특히 현재까지 외국의 태풍예보 모델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한국 태풍예보 모델을 추가 개발, 12시간에 1번씩 하루 2차례 제공하던 태풍정보를 6시간마다 1차례씩 4차례 제공하는 등 정보 공급량이 증가한다.
기상청은 태풍센터가 제기능을 발휘하면 연평균 2000억원의 태풍 피해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주 역시 태풍센터 개소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제주는 태평양에서 발생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 데다 중심부에 해발 1950m의 한라산이 버티고 있어 태풍의 최종 진로를 판단할 수 있는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태풍센터에 앞서 지난 2006년 6월 성산포기상관측소에 최신형 기상레이더 1대를 도입하고, 고산기상관측소 역시 최신형 레이더로 교체하는 등 집중호우 감시 능력을 강화했다.
여기에 늦어도 내년까지는 고산 지구대기감지소가 문을 열고, 2012년에는 국립기상연구소가 제주로 주소를 옮긴다. 이들 지리적 이점과 기상관련 인프라 등을 십분 살린다면 제주가 국제 공동관측 및 실험기지로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력 한계·'신뢰성'확보 여부 과제=태풍센터에 거는 기대가 현실화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센터'급 운영을 위해서는 과장급 센터장을 포함, 최소 4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상청 측이 판단이지만 실제 배치된 인원은 예상치의 절반도 안 된다.
새 정부 출범후 정부 조직 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각 부처의 정원을 제한하면서 태풍센터를 꾸려갈 인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금 태풍센터에 배치된 인력은 기상청 태풍황사과와 기상연구소 태풍황사팀에서 추려냈다. 지난해 기상 전문 인력 10여명을 증원한다는 계획이 백지화되는 등 개소식 이후 인력을 계속 보강한다는 계획 역시 여의치 않은 상태다.
기상 정보에 대한 신뢰성 확보 역시 넘어야할 산이다.
지금껏 태풍 이동 정보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었다. 문제는 태풍의 세기나 특성 등에 대한 세부 정보가 빈약, 피해를 키웠다는데 있다.
지난해 9월 제주섬을 강타한 태풍 나리는 크기가 작은 '소형'이라는 방심을 비웃듯 불과 2~3시간 집중된 '물 폭탄'과 강한 바람으로 사상 최대 인명피해라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당시 강수량은 소방방재청 산하 국립방재연구소가 '1000년 이상에 한 번 발생할 확률'로 분석할 만큼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폭우였지만 기상 예보에 대한 도민의 실망감은 컸다.
태풍센터 개소로 진로·강도 예측이 개선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는 미지수다.
단순히 태풍 예측만 한다고 피해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기상관측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이 2012년까지 진행되고 관측자료를 규격화하는 작업도 아직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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