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근(전업주부, 작가)

제주도에는 축제가 참 많습니다. ‘고사리축제’, ‘방어축제’, ‘자리돔축제’ ‘칠십리축제’, ‘유채꽃축제’, ‘들불축제’, ‘펭귄수영대회’ 등 크고 작은 축제가 많지요. 하지만 딱히 재미있거나 축제다운 축제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 같은 사람이 사회를 봅니다. 이름만 다를 뿐 프로그램도 거의가 고만고만합니다. 어디서나 노래자랑을 하고 경품추첨을 합니다. 장돌뱅이처럼 같은 장사꾼이 축제를 따라 이동합니다.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함께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동네사람끼리 벌이는 술판 같습니다.

‘제주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관광에 도움이 될 만한 축제가 없을까?’ 나름 고민하다 떠오른 게 ‘굿(샤먼)축제’입니다. 제주도엔 신도 많고, 굿도 많습니다. 물론 드러나지도 않는 자잘한 개인 굿까지 합쳐서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굿을 발굴해서 문화예술적인 측면을 가미한다면 훌륭한 축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21세기에 웬 굿이냐고, 또 개인적인 신앙을 이유로 반대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굿에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굿이 있고, 문화예술적인 측면에서 기능을 전수받아 행하는 굿이 그것입니다. 후자의 굿판을 벌여보자는 것입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너도나도 물질의 풍요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잘 살고 있는 것인지?’,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져도 행복하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민과 외로움으로 인도나 티베트를 찾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공무원과 단체를 동원해서 벌이는 자잘한 축제는 접어야 합니다. ‘부산 국제영화제’나 ‘부천 애니메이션영화제’처럼 국제적인 축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구호로써의 관광이 아니라 실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관광이 활성화되고, 지역경제 또한 활기를 띠게 될 것입니다.

처음 몇 년간은 경험 많은 외부의 공연예술기획자들에게 기회를 주었으면 합니다. 세계축제를 만들어내는 역량을 배워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2년을 준비해서 한번 열고 말았다는 ‘세계 섬 문화축제’를 복원하면 좋겠습니다. 1년 내내 이 두 축제를 준비하고 즐기는, 도전체가 신명나는 굿판으로 변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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