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자인 제주. 1 프롤로그] 글로벌 경쟁력 갖춘 최신판으로 제주사회 새판짜야
남보다 앞선 목표·실천 없으면 '특별자치호도' 침몰

▲ 글로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주사회의 머리를 '최신판'으로 바꾸려는 열정과 실천 등 새판짜기가 절실하다. 제주도청·한라산 등 현행 제주사회의 모습을 완전히 뒤집을 만큼의 개혁은 제주가 글로벌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다.
고정관념은 고장난 생각과 마찬가지다. 기계에 녹이 슬면 부품을 꺼내서 닦거나, 바꾸면 되지만 사람의 머리가 녹이 슬면 달리 방법이 없다. 녹이 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공부해야 한다. '리디자인 제주'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전국 변방의 1%로 치부됐던 제주도를 대한민국의 99%를 선도하는 제주특별자치도로 만들기 위해 우리들의 머리를 최신판으로 바꾸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화려한 미사여구는 가라"

지난 2006년 7월1일 태어난 제주특별자치도는 기초자치권을 스스로 상실하는 아픔을 감내하면서 새판을 짰다. 도와 4개 시·군의 중복기능 제거로 균형발전 및 효율성을 증대,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와 2개 행정시로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

'위대한 제주시대의 개막! 제주특별자치도!'의 화려한 수식어를 붙인 특별자치도는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전략이라는 목표도 세웠지만 실천은 더딘 실정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성공의 원동력이 도민역량 결집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주요 현안이 발생할때 마다 조정 역할마저 실종, 갈등 심화로 홍역을 치렀다.

공직사회의 정책수립 과정도 마찬가지다. 계획 단계부터 도민의견을 반영, 역량을 결집토록 누누히 강조했지만 '반대의견 배제'  '일방 추진' 행태가 사라지지 않으면서 도민과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뉴제주운동, 신경제혁명 등의 미사여구를 100가지 발표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대통령이 도백을 임명하던 관선시대에 '행정은 공무원의 고유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이 공직사회의 머리속에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는 탓이다. 제주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공무원·도민들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는 '전(前)과 동(同)'의 고정관념과 습관을 벗고, 목적지를 향해 실천해야 한다. 고정관념과 습관을 갖고서는 남보다 앞서기가 힘들다. 

△고정관념·습관은  '공공의 적'

지금 우리가 갇혀 있는 작은 범주안에만 있으면 '우물안 개구리'밖에 될 수 없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마찬가지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제주사회가 강력한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성장한 아이들이 제주를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밖으로 나간 인구가 2938명 더 많다. 성장한 아이들의 도외 유출이 심각했다. 다른 지방으로 이동한 도내 인구 가운데 20~30대가 2506명으로 전체의 85.3%에 달했다. '잘 살아보세'라고 외친 특별자치도가 이들에게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지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다.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가 많으면 도내 젊은층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제주를 찾아 온다. 시장경제가 그렇다. 현행처럼 우리동네 사람들만 고객으로 삼으면 망하는 지름길이다.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제주의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면 무엇보다 공직사회가 고정관념·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정신과 창의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공직사회가 먼저 변해라

공직사회를 비판의 첫 무대에 올리는 것은  폄훼시키거나 만만해서가 아니다.

2년전 새로운 길을 찾아 항구를 출발한 '제주특별자치도호'의 선장은 제주도지사이고, 공무원은 선원이다. 4개 기초자치권 희생의 엄청난 요금을 지불하고 승선한 도민들도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난 동반자들이다. 자신의 권한을 포기한 채 승선한 도민들이 선장·선원의 잘못된 항해를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새로운 항해에 나선 만큼 공직사회는 종전에 가지고 있던 해도(바닷길 지도)와 조류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고정관념·습관에만 의존하면 새로운 길은 고사하고, 해도에 나타나지 않은 암초에 걸려 침몰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는다.

승객들은 공직사회가 급변하는 글로벌시대의 새로운 해도·조류의 흐름을 읽으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목표로 하는 동북아 국제자유도시까지 도착하도록 부탁하고 있다.
 
△스스로 개혁, 새출발 해야

특별자치도가 제주사회를 변화시킨 성과는 오는 7월 출범 3년의 기자회견에서 발표될 것이다. 예전의 기자회견처럼 중앙정부로부터 몇 건의 권한을 더 가져왔기에 '달라졌다'는 평가는 자기 만족감을 채우려는  '1회성 성과 발표대회'와 다르지 않다.

출범 3년 기자회견에서는 권한이양의 건수 보다 중앙정부에서 가져온 권한·제도를 가지고 도민들의 삶의 질을 이 만큼은 향상시켰다는 실질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 공직사회가 고정관념·습관을 버리고 지난 2년간 끊임없이 변화와 실천을 이뤘다면 긍정적인 평가가 제시될 것이다. 반대의 평가라면 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반성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특히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안주하고, 발전을 가로막는  "보통" 의 마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통은 현상유지와 같다. 현상유지는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기에 지난 2년은 '잃어버린 시간'으로 평가된다.
 
제주발전연구원이 지난해 4월 제주국제자유도시 출범 5년을 맞아 발표한 조사도  '못했다'(매우 못함 11.6%, 못함 44.5%)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보통"응답도 27.4%로 '잘했다'의 9.1%(매우 잘함 0.6%, 대체로 잘함 8.5%) 보다 더 많았다. 제주발전연구원의 평가가 공직사회에 지난 1년간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앞으로 발표될 각종 기관의 설문조사에서 드러날 것이다.

긍정 보다 보통·못함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으면 공직사회는 새 출발을 각오해야 한다.

새 정부하의 특별자치도가 참여정부때보다 더 가혹한 시련을 예고하고 있어 자신의 가죽을 벗길 만큼 공직사회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참여정부가 출범시킨 특별자치도를 후원할 의지도 미약하고, 야당의원 3명을 선출한 총선후에는 시선이 더욱 더 곱지 않다.

'리디자인 제주' 기획은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제주사회가 새로운 항해를 무사히 끝내고, 동북아 국제자유도시에 도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생존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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