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무등산을 광주 시민의 소유로…㈔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전국 처음 단순한 개발 반대 아닌 합법적인 방법 통한 자연 자원 보존 선택
‘시민 주도’인정 않는 국민신탁법 ‘악법’규정…자발적 관심 유도 사업 계속

“한번 손을 댄 이후에는 원래대로 되돌리기 어렵다(개발된 후에는 다시 복원하기 어렵다)”.

일제시대 간벌과 한국전쟁, 무분별한 개발로 점차 본모습을 잃어가던 무등산이 다시 살아났다. 다름 아닌 시민들의 손에서다. 그렇게 되기에 많은 시간이 걸렸고,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광주시민 5만명이 무등산을 사들이는 까닭은 단순하고 또 명료하다.

무등산은 지금 세대가 지켜 다음 세대로 넘겨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 무등산 사랑 운동의 일환을 통해 군부대 이전을 추진, 일반에 공개된 무등산 입석대.  
                                                                                     무등산 보호단체 협의회 제공

△‘무등산’을 시민의 품으로

단순히 개발 반대만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비폭력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자연 자원을 지켜내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은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 초반부터 펼쳐졌다. 광주 무등산 공유화 운동이 대표적이다.

사실 ‘무등산 살리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광주지역 산악인들과 산을 아끼는 시민들이 쓰레기 되가져오기를 통해 자발적인 관리를 하던 것으로 시작했던 것이 1989년에는 무등산 보호를 위한 시민단체 결성으로 이어졌다.

‘산에서 취사 안 하기’ ‘흙 한줌으로 산 되살리기’ 등 귀에 익숙한 자연보호 활동 대부분이 이곳 무등산에서 시작됐다.

행정적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추진되던 무등산 개발에 대한 견제가 시작된 것도 비슷한 무렵부터다.

이들은 무등산을 관통하는 일주도로를 건설하려던 광주시의 계획을 시민운동으로 백지화시킨 것은 물론 군부대 이전 운동을 통해 1990년 출입통제구역이 해제되면서 무등산의 3대 석경(石景)을 이루던 서석대와 입석대가 일반에 공개됐다.

무등산 보전 여론이 거센 것과 달리 1990년 온천 개발 논쟁 이후 도로 개설과 관광 시설 사업 등 개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무등산 보호운동은 특히 환경보호에 있어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무등산 자락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한 무등산 공유화 운동이 그것. 1991년부터 ‘시민 무등산 땅 1평 갖기1000원 모금 운동’ 이 추진됐다.

   
 
  ▲ 환경대학 심화과정 참가자들이 무등산 수목 특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제공
시민이 자발적인 모금이나 기부를 통해 훼손되거나 사라지기 쉬운 자연·문화 유산, 지역 땅이나 시설물을 사들여 영구보존하는 내셔널트러스트는 영국 등 해외에서는 벌써 100여년 전부터 추진돼왔지만 국내에서는 무등산이 처음이다.

이렇게 확보한 토지가 45만3358㎡가 넘고, 시민들의 성금 역시 1억원이 훌쩍 넘었다.이중 7만8268㎡는 토지주의 자발적 기부다.

△제도적 한계에 힘껏 맞서다

2001년 (재)무등산공유화재단이 설립된 이후 무등산 공유화 운동의 법적 뒷받침을 위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국민신탁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탄력을 받을 거란 기대를 모았던 무등산 공유화 운동은 그러나 온몸으로 제도에 맞서고 있다.

‘보전가치가 높은 자연자산을 영구 보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라는 국민신탁특별법에 대해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를 중심으로 “오히려 악법이 됐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시민 공유화 운동을 진행하면서 농지 소유와 기부·증여에 대한 세금 부과, 영구신탁 보장에 한계가 있어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을 쏟았다”며 “하지만 막상 실체를 드러낸 국민신탁법은 기존 활동하고 있는 지역자생단체의 설립 활동 보장과 법인 통합 의지를 막는 것은 물론 개발법에 대한 대항력도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공유화 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 주체로서의 시민사회가 안고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기업-언론-시민사회의 파트너십 구축이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의 국민신탁법은 그 핵심이어야 할 ‘시민’을 법 테두리 밖으로 밀어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수 차례 성명서를 내고 토론회를 내는 등 국민신탁법이 본래의 입법 취지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 청소년환경학교에 참가한 학생들이 풀잎모형을 만들어 내보이고 있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제공>
그렇다고 자연 보전에 대한 의지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산하 기관인 무등산공유화운동재단을 중심으로 현안 난개발 지역이나 희귀동식물 서식처 등 상징적인 곳의 토지를 매입하고 있으며 △무등산 사랑 환경대학 △무등산 청소년 환경학교 △무등산 생명숲학교 △무등산 사랑연구소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계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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