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섬영화제 「제주도 해녀」상영한 바버라 해머 감독

   
 
  바버라 해머감독<현순실 기자>  
 
패미니즘과 실험영화의 대모로 알려진 바버라 해머(68) 감독이 세계섬학회(회장 고창훈 제주대 교수)가 개최한 제1회 세계섬영화제(23-28일)를 찾았다. 그가 들고 온 작품은 다큐멘터리 「제주도 해녀」. 지난 4월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에 이어 두 번째다. 2000년에 카메라에 담은 「제주도 해녀」는 해머가 난소암 투병으로 인해 지난해 말에야 완성됐다.

제주항과 온평·신양리 해녀들을 소재화한 영화는 '어머니는 부귀영화를 보려고 날(딸)을 낳아 키웠는데, 오십 평생 부귀영화는 간곳없고 고달픈 인생이 됐네"라는 해녀의 구슬픈 노랫가락으로 시작된다.

지금까지 80편이 넘는 영화를 통해 여성과 동성애자 인권을 위해 투신해온 해머. 강인한 해녀들의 생활 이면에 흐르는 슬픈 제주여성들의 삶과 4·3 등 제주역사에 다가서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제주해녀의 물질을 이해하려 직접 고무옷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기도 했다. 

해머는 "나이 많은 할머니들이 큰 망사리를 등에 지고 가는 모습이 너무 강렬했다"며 제주해녀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그는 "감독은 헐리우드에서 태어났지만, 해녀들은 여기 제주에서 죽을 때까지 물질을 하라고 태어났다. 감독은 편하고 해녀들은 힘들다"는 즉흥적이면서도 슬픔이 배어있는 해녀의 노래를 들으며 두려움 모르고, 호기심 많은 제주해녀들이 위대하게 여겨졌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4·3을 언급한 것에 대해 해머는 "영화를 만들기 전까진 4·3에 대해 이해 못했다. 인터넷과 지인들을 통해  4·3이 미군정기에 제주도에서 발생한 큰 사건으로, 수많은 제주사람들의 희생과 수난을 부른 비극적인 사건임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4·3 평화공원 방문을 통해 당시 미국정부·한국정부의 폭력행사로 인명피해가 극심했다는 사실을 좀 더 알게 됐다"면서 "이제껏 4·3에 대해 침묵하고 참아온 제주사람들이 존경스럽다"며 유감을 표했다.

해머는 "누가 4·3때 무고한 제주사람들을 학살했는지 세상 사람들은 궁금해 할 것"이라며  "미군정기에서 벌어진 사건인 만큼, 첫 번째 책임은 미군정에 있다고 본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는 "4·3의 진짜 역사에 대해 미국·한국 교과서에 실리고 학계에서도 이야기돼야 하며, 4·3에 대한 국제적 교육도 이뤄져야 마땅하다"면서 "평화와 용서에 앞서 양 정부가 4·3에 대해 확실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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