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현장] 장애인 도일주 '2008 TRY'현장

"우리에게 제주도 일주는 도전입니다"

뇌경변 1급 장애인인 김광표씨(28·서울)는 떨리는 손으로 수첩을 꺼내 어렵게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장애가 심한 김씨는 일반적인 대화가 어려워 늘 수첩과 볼펜을 가지고 다닌다. 세상과의 의사소통 수단인 셈이다.

이미 벌겋게 달아오른 그의 얼굴이며 팔은 따가운 여름 햇볕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휠체어를 타면서 오른팔 인대가 늘어났지만 김씨의 도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깁스를 한 팔을 불편하게 움직이면서도 그의 표정은 밝았다.

힘들지 않냐고 걱정스런 질문에 오히려 김씨는 "땀 냄새나는 나와 인터뷰하는게 더 힘들 것 같다"며 "도전은 원래 힘든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을 지나고 있는 '2008 TRY'팀을 만났다.

'TRY'는 지난 1986년 일본의 한 휠체어 장애인이 친구 2명과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이동하면서 각 도시의 역에서 장애인의 편의시설 건의를 했던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장애인 운동이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공동으로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6박7일간 '2008 TRY'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장애인 12명과 비장애인 12명은 제주시 서부 지역을 시작으로 제주도를 한바퀴 돌며 장애인의 도전의식과 장애인 자립생활에 대한 인식 개선에 주력했다.

장애 등을 이유로 거의 집 밖에 나서지 않던 이들에게 하루 평균 30㎞가 넘는 거리를 움직이는 것 자체가 큰 일이다.

'빨리 이동하지 않는다'며 기다려주지 않고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소리며,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도로며 시설 환경 등도 그들의 도전을 막지 못했다.

힘들게 일주를 마치고도 잠자리를 구하지 못한 날은 노숙을 하기도 했다.

뇌경변 1급 장애인 이현정씨(34·여·서울)는 이날 배가 아파 점심 식사도 못했다. 하지만 휴식시간이 끝나고 도일주를 시작할 땐 아픈 내색도 하지 않았다.

이씨는 "사람들이 함께 이끌어주고 밀어주니 끝까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장애가 있다는 것이 세상에 무기력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뭐든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걷는 도전의 길은 자원봉사 활동보조인들이 함께 했다.

지난달 20일 학교는 벌써 개학을 했지만 행사 참석을 위해 학부모 동의서까지 받았다는 지윤경·신한나 학생(18·여)은 당곡고등학교 2학년생들이다. 이들은 "이런 기회가 흔치 않아 부모님을 설득해 참가하게 됐다"며 "온몸이 피곤하고 힘들지만 너무 보람차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근무하는 남 민씨는 "제주도가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돼 있는 줄 알았지만 미흡한 부분이 너무 많아 아쉬웠다"며 "이번 행사가 장애인에게는 자신감을, 비장애인들에게는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제주시청에서 '2008 TRY'일정을 마쳤다. 하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일정은 아직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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