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현장] 제주시청 불법광고물 정비 단속반 단속 현장

지난 26일 제주시 연동 등지를 돌며 불법광고물 확인을 하던 제주시청 건축과 도시경관부서 김창범씨의 눈에 전신주 사이에 매달린 불법 현수막이 들어왔다.

김씨를 비롯한 불법광고물 단속반원들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현수막 철거를 시작했다.

전신주 사이에 풀어지지 않도록 3∼4겹으로 꽁꽁 묶인 현수막은 단속반의 손길에 어김없이 풀어졌다.  

환경미화원이 도시를 청소하는 사람들이라면 경관을 청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불법광고물을 정리하는 불법광고물 단속반이다. 행정공무원 3명, 공익근무요원 2명으로 이뤄진 이들 단속반은 제주시내 곳곳을 누비며 불법광고물을 정비한다.

높은 전신주에 설치된 현수막을 비롯해 일부 야산에 설치된 광고물, 차량 등을 개조해 시설된 광고물까지 단속반 눈에 걸리면 어김없이 정비된다.

이들이 정비한 불법광고물은 지난달을 기준으로 현수막 등 고정광고물 983건, 유동광고물 6만5000여건 등 모두 6만5987건에 이른다.

지난해 불법광고물 정비 실적이 9만9663건인 것을 감안하면 일부 얌체 업주들의 불법광고물 설치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도내 어려운 경기를 반영하듯 대출과 관련한 불법 광고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

광고물 정비를 주로 하다보니 이들에겐 주위의 광고물을 살피는 직업병이 생겼다.

단속반원 고경학씨는 "퇴근해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전신주 등에 붙어있는 불법광고물을 보면 정비하게 된다"며 "현수막 등 커다란 광고물은 장소를 확인한 뒤 다음날 바로 정리한다"고 말했다.

광고물을 설치해야 하는 업자와 철거하는 단속반 사이에 신경전은 당연한 결과다.

단속반원들은 멱살을 잡히거나 몸싸움을 하는 것은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최근에는 불법광고물을 정비할 때 경찰을 동행하기도 한다.

단속반원 김씨는 "광고물을 설치해서 장사하는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너도 나도 불법광고물을 한다면 도시 미관은 어떻게 하느냐"며 "광고물과 관련해 시민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하루 종일 불법광고물 정비에도 시간이 빠뜻하지만 이들 공무원들은 인·허가 업무까지 동시에 처리하고 있다.

단속반원 고씨는 "일부 지자체에서 광고물 정비 전담 부서와 광고물 인·허가 부서를 따로 마련돼 운영하고 있다"며 "공익근무 요원들도 인원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는 노후된 공공광고 시설물을 연차적으로 교체하고 옥외광고물 법률 정비 및 관련 시책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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