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주특별자치도 고용지원센터 현장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 없어서' '실업급여라도 연장 신청하려고' 사연 다양
민원 밀리면서 휴일까지 반납·개인 전화도 사절 "도움 한계 안타까워"

   
 
  제주특별자치도 종합고용지원센터. 최근 경기불황의 영향으로 실업급여 신청 등을 위해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조성익 기자  
 
두툼한 생활정보지를 손에 꼭 쥔 김모씨(59·여)가 실업급여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5개월 전만 하더라도 식당 주방에서 일했던 김씨는 최근 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실업급여 지급 연장 여부를 확인하러 왔다는 김씨는 "이젠 나이가 많다고 식당주방일 조차 받아주지 않는다"며 "경기가 어려운 건 알겠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장사가 잘되는 식당 등에나 쓸만한 '문턱이 닳도록'이란 표현은 요즘 제주특별자치도 종합고용지원센터에나 어울리는 말이 됐다.

문을 닫는 식당이나 업소가 늘어가면서 도 종합고용지원센터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만큼 바빠졌다.

하루 평균 방문객만 100여명으로 평년에 비해 30% 이상 방문객들이 늘었다. 전화상담까지 포함하면 1000명 이상이 찾고 있을 만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20일 금요일이란게 무색할 정도로 고용지원센터에는 아침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에서 부터 듬성듬성 흰머리가 보이는 중·장년층, 낯선 환경에 보채는 아이를 달래느라 좀처럼 앉아있지 못하는 아주머니들까지 상담 대기 의자는 몇시간째 꽉 채워져 있다.

자리가 비좁은 탓도 있지만 일부는 타는 가슴을 달래기 위해 담배를 청하느라, 또 일부는 혹시 아는 얼굴이라도 만날까 싶은 마음에 밖을 택했다.

상담원 역시 쏟아지는 민원 처리 때문에 휴대전화는 아예 꺼놓고 있을 정도다. 혹시나 일 외에 찾는 전화는 반갑기보다는 부답스럽다.

민원이 밀리면서 휴일까지 반납, 비상근무를 하고 있지만 일은 줄어들 줄 모른다.

3살된 아이를 데리고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고모씨(33·여)는 "인천에서 살다가 남편 직장 때문에 제주로 내려오면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며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많아 위안은 되지만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직 등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는 20·30대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더라도 그만큼 기회가 있으니 다행이다.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했었다는 이모씨(56)는 "요즘 새벽 인력시장도 일감이 없어 난리인데 나이 많은 사람을 쓰겠느냐"며 "실업급여도 법적 기준이 있어야 지급이 가능하다고 하던데 적용이 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한달 평균 485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했지만 올들어 첫달인 지난달만 675명으로 200명 가까이 늘었다. 실업급여 지급액 역시 지난 2007년 145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87억2700만원으로 증가하는 등 경기불황의 여파가 실직 등으로 직접 연결되고 있다.

종합고용지원센터 양영수 관리팀장은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 등 일정 기준이 있어야 신청이 가능하다"며 "더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도 신청자격이 부족해 도움을 줄 수 없을 때가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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