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61주년 기획 : 끝나지 않은 진상규명의 역사
7. 4·3의 평화네트워크 구축

4·3특별법 제정,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 채택, 대통령의 사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4·3의 한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단 한 사람의 인권도 공권력의 이름으로 유린해서는 안된다는 정부 차원의 선언이자 왜곡됐던 과거사를 복원함으로써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4·3의 진실을 왜곡하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세력이 완강히 버티고 있다. 제주도민이 결집해 '4·3왜곡' 저지하는 것과 함께 이제야말로 4·3의 가치를 '평화' '인권' 등 인류보편적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한 연대 구축과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평화네트워크 어디까지 왔나

4·3이 각종 교류사업을 통해 평화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가 주축이 됐다. 국내에 머무르던 학술행사가 4·3 50주년을 맞은 1998년 동아시아 국가들이 참가하는 국제학술대회로 확대됐다.

2003년과 2007년에는 각각 중국남경대학살기념관, 대만2·28사건기념재단과 세계 인권과 평화를 위한 상호 교류협정이 이뤄졌다.

1998년 제주4·3 제50주년 기념 동아시아 평화와 인권 국제학술대회에는 현대사의 아픔을 공유하는 동아시아 지역(일본·오키나와·대만)의 국제적 네트워크 기반이 구축됐다.

조세 라모스 호타(Jose Ramos Horta)를 비롯한 일본, 대만의 학자가 다수 참여했다. 1999년 제주4·3연구소 창립 1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는 일본 교토, 오키나와, 대만 학자가 참석해 냉전시대 동아시아 양민학살의 역사를 공유했다.

2007년 추계학술대회에는 일본 도쿄, 교토, 오사카, 규슈, 오키나와 등지의 학자 80여명이 참석해 동아시아에서의 민중의 평화와 한·일 간 역사경험을 공유하는 등 4·3의 국제화와 보편성의 가치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4·3의 국제화·보편성 위해 외연 넓혀야

4·3의 국제화를 위한 지역간, 국가간 적지않은 교류에도 불구, 4·3의 가치를  '평화' '인권' 등 인류보편적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한 평화네트워크 구축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5·18기념재단만 해도 5·18의 역사적 가치와 시대적 아픔에 공감하는 아시아 40개국과 매년 국제평화포럼을 진행하는 등 아시아 200여개 단체, 40여개 국가들과 국제 평화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4·3의 국제네트워크는 일본·대만·중국 등 특정지역 및 국가에 국한돼 있으며, 국제교류의 목적과 비전 부재, 일회성 행사로 정체돼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4·3의 국제화와 보편성의 외연 확대도 과제로 남고 있다. 이라크 민간인 살상 문제, 티베트 문제 등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모색 역시 요구되고 있다.

평화네트워크 구축과 실천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제주도는 정부에 의해 2005년 1월 세계평화의섬으로 지정된 만큼, 평화의섬을 국제 평화네트워크 구축 기반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제 평화네트워크 구축'논의에 실천이 담보되지 못하거나 실천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며, 4·3을 매개로 한 NGO네트워크 구축, NGO활동지원, 공동행동, 공동메시지 채택, 백서발간, 평화여행, 집회 등과 같은 평화·인권 실천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찬식 제주4·3연구소장은 "평화와 인권을 화두로 4·3의 인류보편적 가치를 알리는데 국내외 연대가 요구되며, 평화를 추구하는 지역·국가들과 4·3의 평화벨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영선 제주민예총 지회장은 4·3의 평화네트워크 구축에 문화교류를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허 지회장은 "4·3운동은 문화운동에서 비롯됐다면서 4·3이 글과 그림으로 시작돼 학문으로 확대됐듯이 4·3문화교류가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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