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현장) 장애인의 날 맞아 찾은 농아인 정보화 교육

   
 
  ▲ 지난 17일 제주도농아복지관에서 60~70대 농아인들을 위한 정보화 교육이 열려 참가자들이 선생님과 함께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박민호 기자  
 
 눈은 모니터에 고정한채 마우스와 한참을 씨름하던 강명복씨(63·여)의 표정이 갑자기 환해진다.

 컴퓨터를 가르쳐주던 제주농아복지관 강희정 팀장이 강씨의 표정을 읽고 컴퓨터 앞으로 다가가자 강씨는 자신의 '그림넣기' 실력을 '조용히' 뽐냈다. 

 5살 때 열병을 앓으며 소리를 잃은 강씨는 손으로 "컴퓨터란 걸 여기서 처음 보고 또 많이 배웠다"며 "늦었지만 열심해 배워서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들과 편하게 이야기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오전 제주도농아복지관에서 '특별한' 정보화 교육이 열렸다.

 컴퓨터와 마주한 사람들은 백발이 성성한 60∼70대 어르신들이다. 이들은 또 '농아 장애인'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때문에 정보화 교실에는 컴퓨터 강사와 수화 통역사인 백정신 사회직업재활팀장 등 두 명의 '선생님'이 호흡을 맞췄다.

 보통의 정보화 교육이 '입이 바쁜' 것과 달리 이곳은 클릭하는 소리가 제일 큰 소리일 만큼 조용한 가운데 손이 바쁘다.

 수업에 참석한 10여명의 어르신들은 손짓과 눈빛으로 교감하느라 쉴 틈이 없어 보였다.

 세상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시절, 수화마저 배우지 못했던 지긋한 나이의 어르신들에게 정보화 교육은 새로움의 연속이다.

 처음에는 손짓과 입모양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했지만 이곳에서 '인터넷'을 배우고 난 뒤에는 컴퓨터 게임에 채팅까지 못할 일이 없다.

 50년전 난청 등으로 고생하다 장애를 얻게된 이봉우씨(73)는 "늦었지만 컴퓨터를 알 수 있어 너무 신이 난다"며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힘들어 하지 못했던 장기며 바둑을 인터넷에서는 원없이 할 수 있다"고 뿌듯해했다.

 안동훈씨(62)도 "아직 많이 어렵지만 그래도 여기서 컴퓨터와 많이 친숙해졌다"며 "늦었지만 세상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답답했던 속이 조금 풀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보화 교육이 농아인들의 호응이 좋지만 예산 문제 등은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제주도농아복지관이 '2009 장애인정보화 집합교육 수행기관'으로 재선정돼 정보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올해가 끝나면 다시 사업에 재선정될지 미지수다.

 때문에 실무자들은 장애인 정보화 집합교육 과정의 전문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제정적 지원을 확충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농아복지관 김인숙 지식정보팀장은 "현재 수강생들의 호응이 매우 좋고 UCC 공모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며 "농아인 정보화 교육은 세상과 소통을 의미하기 때문에 관점을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전해 제주도농아복지관장은 "자판을 이용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읽어낼 수 있다면 농아인들의 사회적 능력을 향상 될 것"이라며 "정보화 교육을 통해 농아인들도 비장애인과 사회에서 조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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