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학관을 진단한다] (2) 운영마인드가 관건
아리랑문학관 전시기능에 그쳐 프로그램 없어
태백산맥·최명희 문학관 등 소프트웨어 개발

   
 
  ▲ 아리랑문학관은 작가의 다양한 생활용품이 전시됐지만 그 외 프로그램이 없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문학관은 단순히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자치단체장이‘표밭’을 가꾸기 위해 설립에만 목적을 두고 마인드가 없다면 예산만 낭비하게 된다. 문학관은 누가 그리고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된다. 결국 문학관의 성공 열쇠는 ‘사람’에 달렸다.

△ 문학관만 있고 사람은 없네

전라북도 김제시에는 조정래의 아리랑문학관이 있다. 태백산맥 문학관보다는 앞선 지난 2003년 개관했다. 소설 「아리랑」을 통해 김제의 역사까지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태백산맥 문학관 보다 먼저 생겼기에 조정래의 다양한 일상용품이 전시됐다. 작가의 취재수첩과 노트는 물론 그 동안 모아둔 세라믹 펜의 심, 편지 뜯는 칼, 작가 자신이 손수 그린 자화상, 아내에게 선물했던 펜화 등 다양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뜸했다. 관광지인 벽골제 단지 안에 위치했기는 했지만 마을과 인접하지 않은 외진 곳이어서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김제시는 아리랑 문학관에 학예연구사 1명, 무기계약직 공무원 1명, 청원경찰 2명을 배치했다. 그나마 있는 학예연구사는 벽골제와 병행하다보니 문학관 업무는 대부분 무기계약직 공무원이 맡고 있다.

△ 운영 주체는 둘째 문제

문학관 운영은 크게 직영과 민간위탁으로 나뉜다. 태백산맥 문학관은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성공사례이고, 최명희 문학관은 민간위탁운영의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다.

직영은 운영재정 확보가 용이하고, 민간위탁 운영은 전문가에 의한 운영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직영은 담당자가 자주 바뀌고 행정절차의 복잡성, 민간위탁은 재정확보의 어려움을 들 수 있다.

직영과 민간위탁운영의 장·단점을 감안하더라도 운영주체는 둘째 문제다. 문학관이 어떤 장점을 내세우고, 어떤 운영방침을 갖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태백산맥 문학관은 규모로, 최명희 문학관은 지리적 장점 등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나아가 관람객들에게 최대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해 문학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건립추진위원회가 견학한 아리랑 문학관, 목포문학관, 마산문학관은 모두 직영이지만 태백산맥 문학관처럼 모두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다. 각기 상황은 다르지만 연간 1억 원이 넘는 운영비를 받아도 단순히 전시에 머물거나 지리적 단점 등으로 외면 받기도 한다.

민간위탁운영도 마찬가지다. 목포문학관 김유미 학예연구사는 “벤치마킹을 위해 국내 여러 문학관은 둘러봤다”며 “최명희 문학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간위탁 문학관이 재정 어려움으로 운영 내실화를 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목포문학관의 프로그램.  
 
△ 소프트웨어 개발이 승부수

문학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영 프로그램인‘소프트웨어’다. 관람객들은 단순히 전시된 것을 보기 위해 문학관을 찾는 것이 아니다. 문학관을 통해 작가와 소통하며, 문학을 배우고
문학적 향수를 느낀다.

아리랑 문학관은 문학관과 연결된 창작 스튜디오가 있지만 문학관련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학관 역할이 단순 전시에만 그쳐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지 못했다.

반면 태백산맥 문학관은 소설 창작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문화 창작 교실을, 여름방학 프로그램으로 어린이 창의력 교실을 운영한다. 최명희 문학관은 테마가 있는 문학강연시리즈, 혼불문학기행, 혼불 글쓰기 교실, 혼불 문학제 등을 연다.

목포문학관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박화성 학술대회를 비롯해 목포 문학제, 목포시낭송대회, 김우진 문학제, 목포 문학축전, 서남권 문학박람회, 목포문학상 공모전 등 교육·문학 행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유미 학예연구사는 "일반 시민들이 문학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라며 "어린이 문학교실 같은 경우에는 종강 때까지 문의전화가 올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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