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병곤 <한국마사회 제주경마본부장·승마역학 박사>

   
 
   
 
지난해 독일 말 산업 전체 규모는 50억유로에 육박했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9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서울시 예산이 대략 20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규모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독일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승마 최강국이다. 올림픽을 비롯, 주요 승마대회에서 독일 승마선수와 독일산 승용마(선수마)는 현재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100만두의 승용마와 170만명의 승마인구가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승마산업은 그야말로 독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그린산업의 주요한 축이다.

이와관련 우리나라의 승마 수준은 아시아권에서는 상위그룹에 속한다. 지난 '2004아테네 올림픽' 승마 비월 단체전에서 9위를 마크한 것을 보면 엘리트분야에서는 상승 추세다. 그러나 생활체육의 측면에서는 그 인구가 워낙 적은 탓에 저변확대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 '녹색옷'입고 성장하는 승마산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국내 승마산업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전망된다. FTA시대에 농축산업의 대체산업으로 승마산업은 그린산업으로서 '떠오르는 태양'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근거는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내륙 승마장에서 유럽과 호주 그리고 미국 등지에서 수입해온 승용마(엘리트 및 생활승마 포함)의 두수는 대략 500두가 넘는다. 승용마필의 수입 현황은 앞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내년에 한국마사회가 직영 승마장(도심형 및 농촌형)을 2곳이나 신설할 계획이며 승마활성화를 위해 상당한 재원을 쏟아붓게 된다. 한국형 승마장 모델이 내년에 창출되고 '2010 상주세계대학생선수권대회'가 치러져 어떤 형태로든 내년을 기점으로 국내 승마시장은 급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승용마 수요 또한 거의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이 대목에서 핵심은 '한국형 승용마 모델' 창출이다. 지금까지 외국에서 비싼 값으로 사온  승용마에 대한 만족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기승자의 신체조건과 승용마의 체고가 맞지 않은 것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이 자랑하는 승용마 웜브러드는 철저하게 서양인의 체고에 맞게 브랜드화된 품종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웜브러드는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한국형 승용마가 아니다.

필자가 승마역학적 측면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에 가장 이상적인 승용마의 체고는 140~150cm로 나타났다. 이런 체고를 가진 승용마에 기승했을 때 기수는 특별한 두려움이나 가파른 반동에 대한 부적응 등을 느끼지 않는다. 특히 낙마시 부상률을 철저하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역학적 측면에서 충분하게 고려된 분석이다. 바로 이 체고의 소유자가 다름아닌 제주산마다. 특히 이 말은 경주마인 더러브렛이나 승용마인 웜브러드 등에 비해 근골격계가 강해 왠만한 산악지역도 외승이 가능하며 지구력이 탁월하다. 게다가 얼룩형태의 무늬를 띠고 있으면서 온순한 성격까지 소유하고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 한국인 맞춤 승용마, 제주산마

제주산마를 인공수정에 의해 출산시키면 수요자가 원하는 '맞춤형 승용마'시대를 열게 된다. 수요자가 요구하는 무늬와 색깔 그리고 체고 및 성격까지 거의 모든 수준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이상적인 체고를 지닌 제주산마는 고부가가치를 창출시킬 수 있으며 향후 아시아권 승용마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제주도가 우리나라 말 생산의 75~80%를 담당하고 있다. 이 중 제주산마의 농가는 거의 100% 가깝게 제주에 터를 잡고 있다. 좀더 길게 보면 유럽권의 승용마는 웜브러드가, 아시아권의 승용마는 제주산마가 브랜드화돼 우리 경제의 한 축을 지탱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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