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창-용수 해안도로변에 자리잡은 펄래물. 이곳의 왕은 부들군락이다. 못 전체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비비논물, 모살왓·펄래물(한경면 신창리)

 한경면 신창리에서 용당리·용수리로 이어지는 조간대는 들추면 들출수록 새롭다.신창리 모살왓에서부터 베염줄을 거쳐 망동산·펄래물·신개물·삼동낭물·둔저·엄나물·설해개·지새개로 이어지는 조간대는 굴곡이 심한데다 여·코지 지형물이 크게 발달했기 때문에 길 한자락만 벗어나면 또다른 세상이다.

 검은 현무암이 흩어진 바다가 있는가 하면 펄낭모살왓·가운디모살왓·삼동낭모살왓으로 이어지는 모래밭은 한때 소금밭으로 유명했다.

 이제 추분을 넘긴 그 바다는 여름 피서철의 번잡함과 달리 호젓함과 차분함이 있다.어디 이뿐이랴.항상 시끄러운 소음에 시달리던 귀에게는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자연의 잔잔한 비음이 있다.

 해질 무렵이면 신창리사무소에서 남쪽 바닷가로 500m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펄낭모살왓과 해안도로를 타고 이어지는 가운디모살왓·삼동낭모살왓에 삶의 냄새가 배어난다.조개들의 서식처로 ‘맛’을 채취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진다.

 뿐만아니라 이곳에는 숭어가 드나들고 게와 갯지렁이가 서식하기 때문에 생업의 터전이자 먹이사슬 맨 밑바닥의 비애와 평화가 있다.

 바다의 새들이 부리로 모살왓 일대를 쑤셔서 게와 조개를 잡아먹을 때 그것들의 최후는 죽음이 아니라 보시이다.

 한때 이 일대는 소금을 만들던 곳.소금은 맛의 근원이다.소금은 단지 짠맛일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맛을 맛으로 살아나게 한다.최상품은 짜고 향기로운 맛이 소금의 핵심부에 고요히 안정돼 있어야 한다.짠 맛은 바다의 것이고 향기는 햇빛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바람 한 점 없는 여름날,뜨거운 폭양아래서 짜고 향기롭고 굵은 소금이 익는다.바람 부는 날의 들뜬 소금은 차라리 쓰다”고 입을 모았다.

 펄낭모살왓은 원래 6명 소유의 소금밭이 자리잡았으나 염전업의 쇠락과 함께 마을 공동창고 터로 기증됐다.

 또 가운데모살왓은 70평안팎의 소금밭이 40개나 있었다고 한다.당시 규모를 엿볼수 있듯 지금도 일부 소금밭은 밭담과 함께 남아있다.해안 용천수인 삼동낭물 위쪽에 있는 삼동낭모살왓은 7개의 소금밭이 있었으나 해안도로가 소금밭 위로 개설됨으로써 옛 흔적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신창∼용수 해안도로는 97년 개설됐다.조간대 위로 길이 뚫리면서 도로 안쪽 조간대는 각종 생활하수의 유입과 함께 갈수록 오염이 되고 있다.도로 밑에 통수구를 만든 상태이나 본래의 물의 흐름과 순환을 채워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마을 고한성씨(53)는 “옛날에는 이 일대에서 숭어뿐 만아니라 민물장어,심지어는 감성돔을 잡았을 정도로 어족자원이 풍부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조개조차 냄새가 난다며 잡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펄래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900㎡의 이 못은 자연못이며 2개로 나눠져 있다.특히 이가운데 바닷가 쪽의 못은 바닷물의 영향으로 반염수가 돼 있고 해안도로 개설과 함께 물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

 반면 반대편의 못은 부들군락이 못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게 특징.수심이 깊은 곳은 마름이 차지하고 있다.아울러 흰꽃여뀌·여뀌·사마귀풀·버들명아주·자귀풀·익모초·순비기나무·개구리밥·골풀·씀바귀·빗자루국화·돌피·천일사초·네가래 등도 눈에 띈다.

 이와함께 이곳에는 뜸부기과의 쇠물닭과 쇠백로·왜가리(왜가리과),흰뺨검둥오리(오리과)가 날아오며 물자라·소금쟁이·사각제·방게 등이 서식한다.

 김성보 신창리개발위원장(47)은 “못 바닥에 펄이 많이 퇴적돼 펄래물이라고 불렀던 것 같다”면서 “어릴 때는 이곳에서 잉어를 잡으며 여름 한철을 보냈었다”고 말했다.

 비비논물은 신창천주교회 뒷편에 있다.못 크기는 현재 50㎡에 불과하나 한때 이 일대 논 경작지에 물을 대던 곳이었다.

 장임학 신창리장(51)은 “15년전만 해도 벼농사가 이뤄졌다”면서 “그러나 경제성을 잃으면서 논 경작지가 매립돼 일부는 집터로,또 일부는 밭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비비논물의 어원에 대해서는 “그저 누대로 불러왔을 뿐…,왜 비비논이라고 불렀는지 모르겠다.아마 비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그는 “비비논물 일대가 지형적으로 낮은데다 큰 비가 오면 물이 넘쳐 ‘비’‘비’라는 지명이 붙여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비비논물 주변의 폐답은 배후습지로서 인공의 것과 완충역할을 하고 있고 예나 지금이나 모든 살아있는 것의 터전이 되고 있다.<취재·사진=좌승훈·좌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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